오늘날 우리는 효율만을 추구한다. 그러나 빠르고 편리한 삶 이면엔 기업의 대량 생산과 일상화된 일회용품 사용 습관이 자리한다. 육류 과소비부터 무분별한 난개발까지 개인·기업·국가 차원의 여러 환경오염도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재활용 소비와 비건 식생활, 슬로우 헬스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떠오른다. 속도의 경쟁에서 벗어나, 조금 느리더라도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모습들을 만나봤다.
제로웨이스트, 지속 가능한 생활의 출발점
‘제로웨이스트(Zero-waste)’는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2000년대 초반 탄생한 신조어다. 고려대 내 카페뿐 아니라 서울 여러 곳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고려대 중앙광장 지하 1층에 위치한 카페 ‘싱싱주스’에서 성용빈(디자인조형20) 씨가 E컵 옵션으로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E컵 옵션을 선택하면 다회용 컵이 제공되고, 반납 시 300원을 환급 받는다.
마포구 망원시장 인근의 제로웨이스트 가게 ‘알맹상점’에서는 세제, 섬유유연제, 샴푸 등을 그램당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성북구 길음역 7번 출구 도보 거리에 위치한 ‘일상공감 길음’에선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비롯해 동물복지, 공정무역 상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2층에 전시된 김하늘 디자이너의 ‘스택 앤 스택(Stack and Stack)’은 코로나19 이후 버려지는 폐마스크를 녹여 만든 의자다. 이곳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의자에 앉아 쉬어갈 수 있다.
비건 푸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건강한 식생활
현대인의 과도한 육류 소비는 탄소 배출을 급증시키고 여러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환경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식생활에서도 건강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가치소비가 주목받았다. 육류 대체 식품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제 비건 푸드는 단순히 종교인이나 채식주의자가 먹는 음식이 아닌 하나의 식문화로 우리 생활에 스며들었다.
신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퍼멘츠’에서 한명진(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21) 씨가 비건 난과 발효 커리소스로 만든 ‘베지&커리’를 먹고 있다. 퍼멘츠에서는 다양한 비건 발효 음식과 수제 콤부차를 맛볼 수 있다.
퓨전 아시아 음식을 비건으로 즐길 수 있는 용산구 이태원동 ‘카무플라주’에서 이승훈(서울대 윤리교육22) 씨가 콩고기와 과일 소스로 만든 ‘오렌지 치킨’을 먹고 있다. 콩고기로 만든 치킨은 비건 음식을 처음 접한 사람들도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하는 이곳의 대표 메뉴다.
슬로우 헬스,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는 운동 생활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스트레스성 탈모와 섭식장애, 당뇨를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 몸을 극한으로 내몰기보다, 맨발걷기나 등산으로 여유롭게 자연을 거닐며 건강하고 만족감 있는 운동 생활을 즐겨보면 어떨까.
강북구 번동의 ‘북서울꿈의숲’ 맨발 황톳길에서 사람들이 맨발걷기 운동을 즐기고 있다.
북한산 둘레길 3구간 ‘흰구름길’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
재생건축, 공간 업사이클링
건물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낡은 건축물을 새롭게 고쳐 쓰는 ‘재생건축’은 고유의 정체성을 간직하면서 새로운 용도에 맞게 공간을 바꾼다. 옛 건물에서 새 가치를 발견하는 재생건축은 난개발을 막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옛 석유비축기지가 2017년 마포구 성산동의 ‘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했다. 현재는 다양한 전시와 여가 공간이 마련돼 있다.
종로구 장사동 ‘세운상가’. 1968년 국내 최초 주상복합단지로 세워져 오랫동안 주거 공간으로 활용됐다. 2000년대 이후 녹지공간 조성 사업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사업이 불발되며 2017년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상가로 재개장됐다.
1912년 일본이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광명동굴’을 개발했다. 1972년 폐광 후엔 40여 년간 새우젓 창고로 쓰였다. 2011년 광명시가 매입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광명동굴은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꼽힌다.
‘문화역서울284’는 구 서울역사(경성역)의 원형을 복원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돔 형태의 지붕과 벽돌로 지어진 르네상스식 외관에서 1925년 경성역의 모습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