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존재의 흔적을 더듬다
학자와의 티타임 57. 맹성렬(우석대 전기전자공학전공) 교수 인터뷰
연구 전제는 물리법칙의 보편성
전파·흔적 분석으로 UFO 파악
“청문회선 과학적 분석 언급 없어”
20세기 초 <달세계 여행>과 <우주 전쟁> 등 외계인을 소재로 하는 SF 영화와 소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던 중, 1950년대 미국과 소련에서 우주 개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궁금증을 해소할 단초가 마련됐다.
70여 년이 흐른 지금, 아직까지도 뚜렷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드넓은 우주에서 인간만이 사유할 줄 아는 생명체가 아닐 것이라는 학자들의 믿음은 여전하다. 지난달 13일 열린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위원회의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 비행물체) 청문회는 또다시 외계 생명체에 대한 추측들을 불러일으켰다. 한국UFO연구협회장을 지낸 맹성렬(우석대 전기전자공학전공) 교수는 “UFO의 모습이 담긴 증거를 분석해 본다면 외계 생명체를 찾는 것은 더 이상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 외계 생명체 연구의 배경은
“외계 생명체 연구는 지구의 물리법칙이 보편적일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합니다. 지구에서 생명이 발생한 과정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 및 물리법칙을 가진 행성에서 똑같이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이죠. 물리학자들이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이유도 이러한 보편성에 근거합니다. 막연한 가정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가정으로부터 연구의 동력을 얻는 것이죠.
외계 생명체의 지적 능력과 모습에 대한 가정은 다양하지만, 그들의 과학기술은 지구의 것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지구에 방문하는 외계인의 흔적을 찾는 연구를 보면 그들의 방문 흔적은 현대 기술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대표적인 연구 방법은
“외계 생명체를 연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우주로부터 오는 전파를 분석해, 그 전파가 지적 생명체가 보낸 전파일 가능성을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SETI(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가 이 방식을 활용해 왔습니다. 당시 칼 세이건(Carl Sagan) 박사와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onald Drake) 박사를 중심으로 연구가 활성화됐죠. 드레이크 박사는 우리은하 내 인류와 교신할 수 있는 생명체 수를 추산하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방정식은 소통 가능한 지적 생명체 수를 어림하는 기본 모델이 됐다는 점에서 현재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남긴 흔적을 찾는 방식입니다. UFO 출현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외계 생명체의 흔적으로 *미스터리 서클이 언급되기도 하는데, 이는 외계 흔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 주류 의견입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선 두 가지 연구 모두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故 조경철 박사를 필두로 한국우주과학회에서 외계 생명체에 대한 연구를 시도했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했죠. 한국형 SETI 프로젝트도 2009년 출범했으나 현재까지 성과를 보이진 못하고 있습니다.”
- 어떤 근거로 UFO를 추정하는가
“UFO로 오인할 만한 자연현상과 비행체가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을 확보해야 합니다. 밝게 빛나는 금성이나 인공위성을 UFO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발견 당시 근처 여객기 운항 스케줄과 더불어, 군에서 진행한 비공식 훈련이 있었는지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일반 비행 방식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가령 비행체의 속도가 음속의 몇 배를 뛰어넘는데 소닉붐 현상이 일어나지 않거나, 하나의 비행체가 두 개 이상으로 분열돼 보이는 경우에는 UFO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 우리 기술로는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죠.”
- 가장 신빙성 있는 목격 사례는
“2004년 미국 샌디에이고 근처에서 합동 훈련을 하던 니미츠급(Nimitz-class) 항공모함 군인들이 UFO를 목격했습니다. 조종사의 증언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우주에서 대기로 진입한 뒤 바닷속을 들어갔다 나왔다고 합니다.
해당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증언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있기 때문이죠. 물체가 하강하는 모습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경계 레이더에 포착됐습니다. 다시 상승하는 물체를 뒤쫓은 항공모함의 적외선 카메라로도 물체의 움직임이 포착됐죠. 함께 훈련한 잠수정의 **소나가 바닷속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모습을 감지한 자료도 남아 있어요. 레이더가 포착한 우주에서의 움직임, 대기권에서의 움직임, 당시 조종사들의 증언, 적외선 카메라, 수중 소나 자료까지 포함해 총 5개의 증거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공개된 자료는 적외선 카메라와 증언이 전부입니다.”
- 한국의 가평 UFO 사건은 어떤가
“1995년의 가평 UFO 사건도 신빙성이 높습니다. 우선 목격자가 많습니다. 1995년 9월 3일, 4일, 7일에 가평 부근에서 매우 밝은 비행체에 대한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4일엔 문화일보 김선규 사진기자가 직접 UFO의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됐었죠. 같은날 계룡산 근처에서 UFO를 목격했다는 공군 소령의 제보가 이틀 후 제게 들어오기도 했고요.
김선규 기자의 사진에서 물체 바로 앞에 구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로부터 구름 근처의 높은 위치에서도 확인될 정도로 물체가 크다고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이 0.3초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촬영됐고, 0.3초 전에 찍힌 사진에서는 비행물체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조작된 사진일 가능성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영국의 코닥 본사에서 필름이 조작된 흔적이 없다는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소령의 진술도 유력한 증거입니다. 프로펠러기 훈련 교관을 맡았던 소령은 계룡산 쪽에서 운석이 떨어지는 듯한 장면을 목격했고, 어느 순간 그 물체가 공중에서 멈췄다고 진술했죠. 들은 내용을 토대로 물체의 속도를 계산해 보니, 음속의 7배가 넘었습니다. 음속으로 비행하는데도 소닉붐이 전혀 없었고, 유선형이 아닌 팽이 형태의 비행 물체였다는 점에서 UFO라는 이야기가 나왔죠.”
- 지난달 미국에서 UFO 청문회가 열렸다
“퇴역한 팀 갤로뎃(Tim Gallaudet) 전 미국 해군 소장이 지난달 13일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UFO가 실재하며, 국민들이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됐죠. 특히 주목받은 내용은 미국 정부가 외계인과 기술 교류를 하고 있다거나, 외계인 시체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것들입니다.
중요한 건 증거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인데, 그에 대한 언급은 교묘히 피해 가고 있어요. 소나 자료를 분석해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대중에게 주목받을 만한 사안들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외계인 기술 중 일부를 미국 정부가 갖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뒤 청문회 판도가 뒤바뀌었죠.
물론, 아직 뚜렷한 연구 성과가 없어서 함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외계 생명체의 존재가 불러올 파장에 대한 우려도 있겠죠.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발표되면 전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테니 공개를 꺼리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 외계 생명체 연구가 지속되는 이유는
“존재하는지도 모를 외계 생명을 찾아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그동안 많이 제기됐습니다. 그럼에도 연구가 지속되는 이유는 우주의 진실, 즉 생명체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때문입니다. 우주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우주에서 인류 문명은 어느 수준인지를 궁금해하는 거죠. 그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인간은 앞으로도 지구 밖에 있을 또 다른 생명체를 찾아 나설 겁니다.”
*미스터리 서클(Crop circle): 밭이나 논의 곡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휘어져 일정한 형태 혹은 문양이 드러나는 현상.
**소나(Sonar): 음파를 이용해 수중 목표의 방위를 알아내는 장비.
글|주가윤 기자 gogumakr28@
사진|서리나 기자 suhr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