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MZ에 대한 오해
'냉전'(冷箭)은 숨어서 쏘는 화살이란 뜻으로 고대신문 동인이 씁니다.
하나의 유령이 한국 사회를 떠돌고 있다. MZ세대라는 유령이. 이 유령은 도대체 지칠 줄을 모른다. 소위 김난도식 신조어 중 하나인 줄로만 알았는데, 벌써 몇 년째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어느새 본래 의미와는 멀어져 사고방식이 다른 요즘 것들을 의미하는 만능 단어로 쓰인다. ‘MZ 핫플’이니 ‘MZ 필수템’이니 변주도 다양하다. 스스로를 MZ로 부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MZ 없이는 나라가 돌아가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한국식 MZ 구별 짓기에서 기성세대의 두려움을 느낀다. 미디어에서 표현하는 MZ세대는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 <SNL> 같은 코미디 채널에서는 업무 중 에어팟을 끼고, 칼퇴근하고, 수저를 놓지 않는 식으로 그려진다. 이제는 회사에서도 “요즘 MZ들은 원래 그렇다더라”며 애써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세대 간 문화 차이야 예전부터 반복된 얘기지만, 개성 강한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기존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 대학가 분위기만 보면 또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닌 듯싶다. 또래 중 가장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모인다는 의대에서는 다들 또래와 달리 눈치를 잘 보며, 하고 싶은 말도 잘 참는다. 비록 초기에 다른 목소리를 낸 학생들이 누군가 ‘감사’의 뜻을 담아 만든 특별 리스트에 오르긴 했지만 말이다. 얼마 전 그 주동자가 구속된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떤가. MZ 학생들의 단합력이 놀랍지 않은가.
모두가 한마음 한뜻인 건 동덕여대도 마찬가지다. 공학 전환 논란으로 시끄러운 와중에도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유례없는 캠퍼스 훼손 사태에도 반대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취업 박람회나 졸업 연주회는 취소하면 그만이다. 수업 거부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간혹 나오지만, 대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어떤가. MZ 학생들의 단합력이 놀랍지 않은가.
그러니 MZ세대에 대한 세간의 우려는 오해인 게 분명하다. MZ세대 막내 격인 대학생들도 어떠한 ‘대의’를 위해서라면 이렇게 한목소리만 내는데, 훗날 사회생활이라고 못할 리 없다. ‘국론 분열’과 ‘국익 저해’를 입에 달고 사는 정치권이나 단합을 위해 매주 회식을 강요하는 부장님들도 이들을 보고 배워야 할 판이다. 청출어람 그 자체다. 이런 MZ세대들이 이끌어갈 대한민국의 장밋빛 미래를 그려본다. 그 어떤 균열도 허용하지 않는 완전무결한 사회를.
<낫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