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산학협력단, “R&D 예산 삭감에도 고대는 선방”

2024-12-02     윤태욱 사회부장

“유동적 예산 변경, 혼란 불러”

세부·위탁 포함 시 감소 폭 작아

집단과제 많아 상대적 피해 적어

 

권정환 단장은 “고려대 모든 연구실이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올해 과학기술 R&D 분야 예산은 지난해 대비 16.6% 삭감된 채 집행됐다. 사상 최초의 대규모 R&D 예산 삭감에 국내 과학계의 피해가 잇따랐다. 본지가 만난 고려대 연구진도 예산 감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본지 2009호 ‘R&D 예산 삭감 1년, “이 나라선 과학 못 해”’)

  한편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타 연구기관에 비해 정부 예산 삭감으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권정환 산학협력단장을 만나 R&D 예산 삭감이 고려대 연구에 미친 영향을 보다 자세히 들어봤다.

 

  - R&D 예산 삭감 어떻게 보나

  “예산 삭감 자체보다도 예측 불가능한 변동이 연구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연구과제는 심사부터 집행까지 5~6년의 로드맵을 갖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계속과제들이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으로 사업비를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피해를 겪었습니다.” 

 

  - R&D 예산 삭감, 고려대에 미친 영향은

  “올해 전국적인 예산 삭감이 있었지만 고려대는 상대적으로 적은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대 연구진이 총괄연구자로 활동한 연구비만 합산하는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자료로는 정부투자연구비가 상당히 감소했지만 위탁·세부연구까지 포함하면 하락 폭이 크지 않습니다. 고려대 연구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정부 지원 연구비는 올해 10월 31일 기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2% 정도 줄었습니다. 정부가 발주한 전국 연구비의 감소율이 10%를 상회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려했던 것보단 선방했다고 볼 수 있죠. 물론 매년 5%가량 증가하던 연구비가 감소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전국 연구에서 고려대 연구진이 점유하는 정도는 늘어났습니다.”

 

  - 전체연구비 감소 폭이 적은 이유는

  “지난해 정부가 R&D 예산 삭감을 발표한 후 학교 본부 차원에서 고려대 연구진에 미칠 영향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고려대 교원들과 신진연구자들도 어려운 조건에서도 역량을 발휘해 신규과제에 많이 선정되며 피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대형 과제의 비율이 높은 고려대 연구 구조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해 R&D 예산 삭감으로 소규모 과제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신임교원이나 박사후연구원 등 젊은 연구자들의 환경 조성을 위해 소액으로 지원되던 과제들의 비중이 높은 대학에 비해 집단연구, 목적지향형 연구가 많은 고려대는 소형과제 감소의 영향을 덜 받았습니다.”

 

  - 내년엔 정부 예산이 복원되는데

  “정부가 예산을 지난해 수준으로 복구하겠다고 발표했으니 내년엔 큰 폭의 연구비 증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산이 증가하더라도 연구비가 풍족한 연구실과 그렇지 않은 연구실은 명확히 나뉘게 됩니다. 모든 연구실이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글|윤태욱 사회부장 yoonvely@

사진제공|권정환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