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학생총회 ··· 계엄 규탄하려 집결
영하 추위에도 2000여 명 모여
결의안·후속행동안 모두 가결
후속행동위, 시국선언·집회 참여
지난해 12월 6일 오후 2시, 고려대 서울캠 중앙광장에서 학생총회가 열렸다. 8년 만에 성사된 학생총회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고려대 구성원의 의견을 확인하고 후속 행동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학생총회는 첫 번째 안건 가결 후 정족수 미달로 산회했으나 오후 9시경 재소집돼 두 번째 안건도 가결됐다.
오후 2시경 중앙광장에 2085명의 학생이 모이자 학생총회가 개의됐다. 김서영 당시 서울총학생회장은 “청년들은 목소리 내는 법을 잊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고려대학교는 다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라며 선언문을 낭독했다. 첫 번째 안건인 ‘계엄 주동 세력의 반민주적 사태에 대한 고려대학교 학생 결의’를 두고 질의응답, 찬반 토론, 표결이 이어졌다. 김지오(정경대 정외21) 씨는 “계엄이 선포된 3시간 동안 주권과 인격을 말살당한 기분이었다”며 “대통령은 45년 만의 계엄으로 국민을 배반했다”고 발언했다. 결의문의 표현에 대한 수정 제안이 이어지자, 김 전 총학생회장은 “세부 내용 수정은 학생총회 이후 별도로 수합하겠다”고 밝혔다. 첫 번째 안건은 총 2152명 중 2145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안건 의결 후 절반가량이 중앙광장을 빠져나가자 의사조정위원회(의장=김서영)가 열렸다. 의사조정위원회는 오후 3시 55분 산회하고 두 번째 안건은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임시회의(의장=김서영, 이하 ‘전학대회’)에 위임하기로 했다. 김서영 전 총학생회장은 “2000명이 다시 모이길 기다려야 할지 논의했다”면서도 “고려대 학생의 목소리를 전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 차선책으로 하위 의결 기구인 전학대회를 빠르게 소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민우(생명대 생명과학20) 씨는 “추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 번째 안건 표결 이전에 산회해 아쉽다”고 했다.
같은 날 열린 전학대회에서는 오후 9시경 학생총회를 재소집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4.18 기념관에 모인 후 중앙광장으로 향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참여 인원이 2030명에 달하자 다시 학생총회가 열렸다.
2차 학생총회에선 시국선언, 집회 참여 등 후속 행동을 논의했다. 오지한(사범대 영교19) 씨는 “총학생회가 더 많은 대학과 협력해 시국 활동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본교 학생 사회의 후속 행동 논의’ 안건은 총 2432명 중 2416명이 찬성했고 오전 1시 54분경 폐회했다. 김서연 사회학과 학생회장은 “재소집이 결정됐을 때 참여를 독려하고자 학과 단톡방에 호소문을 올렸다”며 “오늘의 경험이 앞으로의 학생회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학생총회에서 의결된 내용에 따라 서울총학은 중앙운영위원회 산하 학생총회 후속행동추진위원회(위원장=유현준, 이하 ‘후속행동위’)를 구성했다. 후속행동위는 12월 11일 총학생회 공동포럼이 주관한 공동 시국선언에 참여했고, 같은 달 13일 전국 대학생 총궐기에 합류했지만 일반 학생들에겐 활동 내용이 활발히 공유되지 못했다. 김서현(국제대 글로벌한국22) 씨는 “후속행동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며 “총의에 따라 활동을 진행하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유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현준 후속행동위원장은 “후속행동위 활동이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로 보이지 않도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행사에 참여한다”며 시국에 관한 카드뉴스를 게재하고 2월 중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헌법학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태희·정송은 기자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