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졸띠] 세월과 이야기가 흐르는 곳, 카페 헤이다

132. 조치원 ‘카페 헤이다’

2025-01-19     김주희(글비대 디지털경영22)

 

  카페 헤이다는 시간의 결을 훔쳐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1927년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산일제사공장’은 광복 이후 삼충편물공장으로, 한국전쟁 당시엔 조치원여고의 임시 교사로, 1970년대엔 한림제지 공장으로 운영되다, 세종특별자치시가 들어서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카페 헤이다는 ‘1927 아트센터’라는 이름으로 공간과 사람을 잇고 있습니다.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플랜테리어와 고풍스러운 자개 가구입니다. 실내는 녹음이 가득하고,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작은 폭포는 눈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자개로 빛나는 가구들은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멋을 더하고, 넓은 홀에서는 요일별로 다른 고전 영화가 나오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의 독특한 정서를 더욱 깊게 만들어 줍니다. 브런치와 커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미식 경험도 헤이다의 특별함 중 하나입니다. 대표 메뉴인 ‘1927 비엔나’와 ‘1927 초콜릿 크림 라떼’는 각각 비엔나커피의 쌉쌀함과 티라미수를 연상케 하는 달콤함이 있고, 가끔 가루를 잘못 들이마셔 캑캑 헛기침할 때도 있지만, 달걀을 적신 토스트와 파스타를 먹고 나면 다음에 올 때는 무엇을 먹을까 기대가 되곤 합니다.

  2학년이 된 2023년의 봄, 저는 첫 공연을 이곳에서 했습니다. 평소에는 무성영화가 나오던 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르던 순간, 긴장한 후배를 격려해 주는 선배들, 일면식 없는 공연자를 응원하는 타 동아리의 부원들. 그 기억들이 헤이다의 고즈넉한 공기와 함께 저를 이곳에 머무르게 했습니다. 종종 좋아하는 사람과 예술 공연을 보기도 하고, 홍익대학교의 청년 창업가와 함께 조치원 남리를 로컬 크리에이터 공간 일대로 만들자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과거 공장의 소음 대신 말소리와 커피 향기로 채워진 이곳이 제게는 미래를 그리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조치원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같은 공간, 한때는 산업의 중심이었고 지금은 문화의 중심이 된 이곳에서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까요? 시간의 흐름이 담긴 이곳에 당신만의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김주희(글비대 디지털경영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