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강화·형평성 제고 과제 남긴 등록금 인상

2025-03-02     황다희 기자

학부, 내국인 5%·외국인 9%

자전·학부대에 공학계열 금액 적용

특수·전문대학원 여전히 논의 배제

 

 

  지난 1월 진행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결과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 5%, 외국인 학부생 등록금 9% 인상이 결정됐다. 지난해 인상된 일반대학원 등록금은 동결됐으며, 일부 특수·전문대학원 등록금은 5.49% 오른다. 예산팀은 “서울 학부 등록금 인상분 78억 원 중 40억 원은 국가장학금 보전에, 38억 원은 신임교원 인건비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상 끝에 등록금 전격 인상

  등심위 1차 회의에서 학교 측은 △내국인 학부생 5.49% △외국인 학부생 10% △특수·전문대학원 5.49% 인상을 제시했다. 학생위원들도 2차 회의부터 등록금 인상률을 제안했다. 서울총학 중앙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김한범, 이하 ‘중비대위’)는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 4.5% 인상을 제안했으나 세종총학생회(회장=김진경, 이하 ‘세종총학’)는 동결을 내세웠다. 김한범 중비대위장은 “학교의 인상 의지가 확고해 동결을 주장하다가 인상률을 조정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김진경 세종총학생회장은 “세종캠퍼스는 올해 신입생 증가로 등록금 수입이 크게 늘어 인상 필요성이 낮다”고 전했다.

  서울총학 중비대위는 비대면 강의 확대, 열람실 환경 개선을 포함한 학생요구안을 학교 측에 전달했고, 세종총학은 2년간 교원 60명 증원과 자치예산 2억 증액 등을 요구했다. 일반대학원 총학생회(회장=김용휘, 이하 ‘원총’)는 특수·전문대학원 등록금 동결을 주장하고 장학금 확충, 연구 및 수업 환경 개선을 내세웠다. 지난달 10일 열린 등록금 인상 설명회에서 유용근 기획예산처장은 “교원 초빙, 강의 개설 등 요구는 이행할 수 있다”며 “관련 부서와 세부 계획을 세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이 최종 제시한 인상안은 △내국인 학부생 5% △외국인 학부생 9.9% △특수·전문대학원 5.49%였지만 외부위원의 중재로 외국인 학부생 등록금 인상률이 9%로 하향된 후 의결됐다. 위원 13명 중 7명이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 5% 인상에 찬성했고, 10명이 외국인 등록금 9% 인상에 찬성했다. 예산팀은 “2014년 세종캠퍼스 정원 축소와 입학금 폐지에 따른 등록금 수입 감소를 회복하는 조치”라며 “교원 확충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 정부 재정지원 축소로 등록금 인상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서울총학 중비대위와 세종총학의 요구를 수용해 9월 중 추가 등심위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한범 중비대위장은 “추가 등심위 회의에선 학교 측이 합의 사항을 잘 이행했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 여론 형성·반영에 힘써야

  자유전공학부 신입생 등록금은 신설된 공통계열 등록금 기준이 적용돼 작년에 비해 40%가량 크게 올랐다. 공통계열 등록금은 공학계열 등록금과 동일하다. 자유전공학부 25학번 김모 씨는 “공공거버넌스와리더십 융합전공을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자유전공학부와 전공 선택에 제한이 없는 학부대학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논리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윤한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도 “학생 중 절반은 인문·사회계열 전공을 선택하기 때문에 공학계열과 같은 등록금 책정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예산팀은 “자유전공학부생이 진입할 수 있는 전공이 43개로 확대돼 학부대학과 같은 조건”이라며 “공통계열 등록금 기준을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가 배제된 등심위 논의 과정도 문제다. 김윤한 회장은 “회의록을 보면 공통계열에 관해 학생위원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유전공학부 학생회는 신입생 등록금 기준 재의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작성해 학교 본부와 논의할 예정이다.

  외국인 학부생 등록금이 9% 인상되면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의 1.3배를 넘어선다. 셀린 규네이(Selin Guney, 경영대 경영22) 씨는 “미국인이 아닌 유학생도 많은데 달러 환율이 올라 부담이 적을 거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며 “장학금을 늘려 실질적인 어려움을 덜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냐(Tania, 보과대 바이오의과학24) 씨도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는 유학생도 있다”며 “학교가 유학생의 삶을 전혀 살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총학 중비대위는 등록금문제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김서영)의 외국인 학부생 대상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유학생 장학제도 확충, 기숙사 지원 확대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예산팀은 “국제기숙사 시설 개선, 영어강의 확대, 외국인 학생 취업 지원 등 유학생의 편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수·전문대학원생은 등록금이 5.49% 올랐지만 대표자가 없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지난해 열린 ‘총장님과의 대화’에서 유용근 기획예산처장은 “특수·전문대학원 대표자를 학생위원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특수·전문대학원 대표자를 대신해 원총이 등심위 논의에 참여했지만 대표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용휘 원총회장은 “특수·전문대학원을 대표할 정당성이 없고 일반대학원과 진학 목적, 학생 구성 등이 달라 논의가 힘들었다”고 전했다. 정보보호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김모 씨는 “학비가 부담스럽지만 학업을 그만둘 순 없어 등록금이 올라도 체념했다”며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대표자가 생겨 논의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다희 기자 te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