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졸띠] 하루의 끝에서, 가깝고 또 특별한
133. 안암 ‘체리온 루프탑’
학년이 바뀌어도 꾸준히 찾게 되는 곳이 있다. 해 질 무렵, 역에서 멀지 않은 참살이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어디론가 향하는 계단을 발견하게 된다. 아기자기한 포스터들로 가득한 벽과 은은한 조명이 반기는 이곳, ‘체리온 루프탑’은 일상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조용하고도 아늑한 안식처다.
푸른빛 벽면은 이곳만의 독특한 감성을 자아내고, 벽면 곳곳에 걸린 다채로운 소품과 포스터는 마치 작은 전시 공간을 연상케 한다. 잔잔하지만 왠지 마음을 들뜨게 하는 제이팝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체리온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특별한 칵테일에 있다. ‘애기능 벚꽃길’, ‘청춘 예찬’, ‘러브 포션’을 비롯해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뉴들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는 체리온만의 매력이다. 칵테일 메뉴마다 쓰여 있는 친절한 설명 글은 칵테일이 처음인 누구라도 환영하겠다는 듯이 느껴진다. 이런 특별함을 6000원대의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참살이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애기능 벚꽃길’을 주문했다. 길쭉한 잔에 담긴 분홍빛 칵테일이 찰랑거린다. 짭조름한 크래커를 곁들여 한 모금 마시면, 달콤한 과일 향이 입안 가득 퍼지다가 마지막에 남는 은은한 쓴맛이 묘한 여운을 선사한다. 반짝이는 조명들이 유리창에 비치고 조명 아래 반짝이는 칵테일 잔과 웃음소리,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서로 어우러져 마치 작은 놀이터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체리온 루프탑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다. 칵테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정리하는 ‘혼술러’에게도, 달콤한 술과 함께 추억을 쌓고 싶은 새내기에게도, 특별한 분위기 속에서 연인과의 로맨틱한 시간을 꿈꾸는 커플에게도 추천한다. 바쁜 일상 속 특별한 휴식이 필요한 순간에 체리온 루프탑의 문을 두드려보는 건 어떨까. 달콤하고 쌉싸름한 칵테일 한 잔에 담긴 위로가 당신의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테니.
전하현(문과대 철학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