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탄핵 찬반 집회, 학생보다 외부인이 더 많았다

2025-03-02     정혜린 기자

외부 단체·유튜버 등 몰려

충돌 우려에 정문 닫아

집회 전후 뒤엉켜 실랑이도

 

지난달 21일 오후 4시경 찬반 집회 참여자들이 정문을 사이에 두고 한 시간가량 대치하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지난달 21일 고려대 정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가 함께 열렸다. 두 집회는 당초 1시간 간격을 두고 민주광장과 정문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었으나, 찬성 집회 참여자들이 중앙광장으로 이동하며 두 집회가 대립했다. 고려대 학생 참여자는 양측을 합산해 20명 내외로 알려졌으나 민주동우회와 대학생진보연합, 윤 대통령 지지자 등 외부인이 가세해 500명가량이 모였다. 

  탄핵 찬성 집회는 오후 3시 민주광장에서 열렸다. 발언자로 나선 이인선(문과대 노문18) 씨는 “최근 대학가에서 시국선언이라는 명목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옹호하는 세력들의 준동이 도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민주동우회 소속 김은진(법학과 84학번) 씨와 대학생진보연합 소속 이시헌(서울대 자전15) 씨의 발언이 이어진 뒤, 3시 30분경 집회 참여자들은 “중앙광장 지켜내고 열사 정신 계승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동을 저지하는 캠퍼스 폴리스를 제치고 정문으로 향했다. 선두에 선 주최자 오수진(대학원·식품자원경제학과) 씨는 “광장을 지켜서 극우의 시국선언을 망치자”고 말했다. 

 

찬성 집회 참여자들은 오후 3시 30분경 중앙광장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정문 앞에선 반대 집회 참여자들이 오후 4시에 예정된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었다. 집회를 주최한 유찬종(생명대 식자경23) 씨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섰다”며 탄핵 무효를 주장했다. 김병준(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고려대 학생들이 집회를 방해하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며 탄핵 찬성 측을 비판하기도 했다. 양측 참여자가 정문을 사이에 두고 한 시간가량 대치하며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외부인 간 몸싸움이 벌어져 구급차가 오기도 했다.  학교 측은 정문을 닫고 경찰은 기동대를 투입해 정문 양옆 출입을 통제했다. 찬성 집회에 참여한 최수인(문과대 언어22) 씨는 “외부인의 연대는 반갑지만, 극우 유튜버들의 동참은 우려스러웠다”고 말했다.

  앞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은 민주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같은 장소에서 맞불 집회가 예고되자 유찬종 씨는 안전을 이유로 정문 앞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학생지원팀은 서울총학 중앙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김한범)와 협력해 집회 참여자의 고려대 소속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었으나 집회 장소가 학교 밖으로 변경되며 소속 확인을 진행하지 않았다. 학생지원팀은 “정문 앞은 교외 공간이라 외부인 협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한범 서울총학 중앙비상대책위원장은 “많은 외부인이 참여해 고려대 학생들의 생활권에서 통행이나 캠퍼스 이용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글 | 정혜린 기자 byye@

사진 | 임세용 기자 sy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