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광장] 198. 우크라이나 배제된 종전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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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9     고대신문

  지난달 18일부터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종전 협상을 타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국제사회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군사적 지원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없이 진행되는 협상은 국제법상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반발이 공존하는 가운데 고려대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상을 좇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는 없다 -이은수(공정대 통일외교19)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종전협상은 장기적으로 그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전쟁이 어떤 형식으로든 종결돼야만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안보 보장을 논의할 수 있으며, 이후에 실질적인 지원과 협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나토 등 서방국가와 러시아라는 두 강대국 간 대리전이라는 성격을 띤다. 따라서 종전협상도 강대국이 주도해야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질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참여할 경우 감정적인 요소가 작용해 협상 분위기를 경색시킬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감정을 배제한 외교적 접근을 취하는 것이 러시아의 강경한 태도를 완화해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우크라이나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종전협상이 단순히 전쟁을 멈추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주도적으로 협상 구조를 만들고, 우크라이나가 협상의 결과를 수용하는 방식이 실질적인 평화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러한 전략은 대한민국의 정전협정과 전후복구 과정을 통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한국전쟁을 종결하기 위한 협상을 주도했으며, 남북한은 의견충돌로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대한민국은 정전협정의 당사국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가의 원조와 국제연합의 지원을 통해 국가의 주요 인프라를 복구할 수 있었다. 이는 당장의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결과였고, 그 선택은 국가 재건의 중요한 발판이 됐다.

  과연 대한민국이 지금의 젤렌스키처럼 협상의 당사국이 될 수 없는 상황에 난색을 표했다면, 그래서 정전협정 체결의 장애물이 됐다면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의 늪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 협상에는 감정이 아닌 전략, 그리고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왜 전쟁의 당사국인 우리를 제외하고 협상을 진행하냐”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이후 최종 합의단계에서 자국의 주권과 평화를 강대국들로부터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협상은 언뜻 보기엔 불합리해 보일 수 있지만, 신속하게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전쟁의 시작에는 명분이 필요할지는 몰라도 전쟁의 끝에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할 때다.

 

  우크라이나 배제된 평화 협상,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 - 김혜원(문과대 중문2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종전 협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공정하지 않을 뿐더러 지속적인 평화도 보장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없는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명백히 무시하는 행위이며 전쟁을 단순히 강대국 간의 거래로 만드는 결정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하나의 협상 카드로 다룸으로써 결국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만 반영된 협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과거 1938년 뮌헨 협정에서도 체코슬로바키아가 협상에서 배제된 채 강대국들의 결정에 따라 영토가 분할됐다.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이 외부 세력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다. 이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자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큰 희생을 감수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협상 결과를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종전 후에도 안정적인 국가 재건과 사회적 통합이 불가능하다. 특히 점령된 영토의 처리 문제나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 문제 등 중요한 사안들이 우크라이나의 의사 없이 결정될 경우, 내부적인 갈등이 더욱 커져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전쟁을 완전히 종결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배제는 러시아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만약 협상에서 러시아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쟁이 마무리된다면 국제사회가 무력 침략을 묵인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이는 다른 국가들이 무력을 이용해 영토를 확장하려는 시도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 심지어 비공개 협상을 통해 종전을 결정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행위다. 국제사회의 민주적 원칙과 공정성을 훼손하면 국제사회의 역할 또한 축소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국제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협상은 정당성과 실효성 모두 갖기 어렵다. 전쟁을 끝내려면 우크라이나가 협상의 중심에 서서 당사국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국제사회는 주권 국가의 권리를 존중하고 장기적인 평화를 위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 협상은 또 다른 갈등을 낳을 뿐이며, 국제사회 전체의 안정과 신뢰도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없이 진행되는 종전 협상은 결코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