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졸띠] 불 향이 스며든 따뜻한 위로
135. 안암 ‘우승식당’
자연계 캠퍼스 후문을 나서 안암오거리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어디선가 고소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온다.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하는 곳, 바로 우승식당이다. 허름하지만 정겨운 간판이 반겨주는 이곳은 이공계 학생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바쁜 수업 사이에 허기를 채우러 오는 학생들, 실험을 마치고 지친 몸을 끌고 와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고 가는 연구원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자리한 동네 주민들까지. 이 작은 식당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이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상과 활기찬 주방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김치, 쌈무, 콩나물, 그리고 어묵볶음까지 자취생인 내게는 너무나 반가운 반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칼칼한 김치와 아삭한 쌈무는 제육볶음과 환상의 조화를 이루고 콩나물은 개운한 맛을 더해준다. 특히 어묵볶음은 달큰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 한 번 맛보면 젓가락이 계속 간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제육볶음은 간판에 적혀 있듯 직화로 구워낸다. 센불에서 빠르게 볶아내 불 향이 가득 배어 있는 제육볶음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한입 베어 물면 고기의 감칠맛과 양념의 달짝지근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이곳의 제육볶음을 처음 먹어본 날 나는 단숨에 단골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처럼 불 향에 반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이 모든 걸 9000원이라는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요즘처럼 물가가 계속 오르는 시대에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배부르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게다가 3000원만 더 내면 제육볶음과 함께 된장찌개까지 제공되니, 더욱 든든한 한 끼가 된다.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나는 된장찌개를 한 숟갈 뜨면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언제 가도 손님들로 북적인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식사하고,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도 여유롭게 식사한다. 바쁜 직장인들도 가끔 들러 허기를 채운다.
우승식당은 단순히 밥을 먹는 곳이 아니다. 하루의 피로를 녹이고 따뜻한 위로를 받는 곳이기도 하다. 자극적이지 않고 정갈한 음식이 주는 포근함, 그리고 불 향 가득한 제육볶음이 주는 만족감. 아마도 나는 앞으로도 이곳을 계속 찾아오게 될 것 같다.
정유경(보과대 바이오의과학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