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을 읽고] 변증법적 상상력

2025-03-16     이다연 국민일보 기자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쓴 25매를 데스킹하는 선배의 노고를 걱정하자 오히려 “재미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을 때의 경악이란. 그런데 오늘 그 경악스러움의 10분의 1 정도를 이해한 것 같다. 이해했다고 하기엔 아직 건방진 1년차는 그토록 존경하는 선배 ‘글빨’의 100분의 1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차곡차곡 쌓인 여러분의 수고를 읽으며 할 말을 고르고 고르는 일이 괴로운 동시에 기뻤다.

  일간지에서 보낸 300여일 동안 깨달은 건 의외로 기자에게 상상력이 꽤 중요한 자질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서의 상상력은 창의성을 넘어선다. 배제되었던 것, 주변부에 있는 것을 인식하고 가시화하는 힘. 익숙한 질서를 낯설게 바라보며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상상력의 일부다.

  보도면에서는 “누가 정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가”, 즉 대학사회 구성 주체의 권리와 소속감의 문제를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1면 톱기사에서는 글로벌자율학부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과의 학생회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조명했다.

  3면에서는 세종캠퍼스 합동응원전 좌석 배정 갈등을 후속 보도했다. 캠퍼스 간의 해묵은 갈등은 학우들의 부정적 시각의 밀도가 특히 더 높은 사안이다. 무척 씁쓸하다. 학칙 제2장 6조에 명시된 “본교는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로 구성한다”는 조항을 떠올릴 때, 세종의 학생들이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유효해서다.

  모든 언론은 중심에서 주변부를 조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주변과 중심의 경계는 유동적이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식의 탈정치적 사고는 나이브하고 무책임하다. 더 많은 상상력이 발휘되길 기대한다.

  문화면과 사회면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아쉬움은 ‘방대함’이었다. 문화면은 독서 접근성이 낮은 집단에게 AI가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짚은 점이 좋았다. 그러나 문학 창작, 독서 혁신, 글쓰기 윤리 등 다양한 주제가 조금은 어지러운 느낌이었다. 사회면 역시 간병비 문제에서 출발해 간호 인력난, 비수도권의 위기까지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연결한 유기성이 돋보였지만, 메시지가 다소 분산된 점은 고민해볼 지점이다.

  필자도 안다. 사건들이란 하나의 원인이 또 다른 결과를 낳고, 그 결과가 다시 새로운 원인이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머리를 쥐어싸매야 한다.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일이 어렵다. 때문에 일상의 모든 선택이 글쓰기와 닮았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들은 ‘쓰기’가 인간에 발휘하는 힘을 명징하게 보여줬다. 무한한 상상력 속의 유한한 선택이 비단 소설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한정된 지면 속에서 늘 상상하는 여러분을 응원한다.

 

이다연 국민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