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FLIX] 감각적 연출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우정

高FLIX는 고대인이 애정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025-03-16     권나영(사범대 역교24)

 

<대도시의 사랑법>

별점: ★★★★☆

한 줄 평: 우리의 다름을 이해해 가는 과정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추천에 앞서 내 애정과는 별개로 동성애에 심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영화를 권하지 않음을 밝힌다. 남성과 남성의 적나라한 키스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게도 영화의 모든 요소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님을 밝힌다. 가령 미친년과 게이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 척 홍보한 것이나 이해할 수 없는 재희의 당당함, 유흥과 청춘이 같은 말인 듯 묘사한 것 말이다. 특히 초반부는 억지 명대사, 흥수와 재희의 동거를 위해 끼워 넣은 억지 장치 때문에 피로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내가 이 영화를 애정하고 추천하는 건 무척이나 아름다운 연출 때문이다. 나는 곱씹을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세 번 봤음에도 볼 때마다 새로운 복선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도 복선을 넣어 허투루 쓰이는 요소 하나 없게 한다. 초반부의 스쳐 가는 장면에 나온 장치들이 후반부를 관통할 때, 이를 영화를 다시 보며 깨달을 때, 나 같은 관객들은 n 회차 관람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가령 영화에서 몇 초 나오는 알비노 동물 다큐멘터리 장면으로 소수자를 암시하거나 흥수와 재희의 대화 BGM이었던 미쓰에이의 ‘Bad Girl Good Girl’이 재희 결혼식에서 흥수가 춤추는 장면의 BGM으로 다시 나오는 것 말이다. 첫 관람부터 시선이 가는 장면도 있지만 특히 흥수 엄마가 성경을 필사하는 초반부 장면은 영화를 두 번 본 사람만 알아챌 수 있다. “술이나 먹으러 가자”와 “뛰면서 나한테 전화하고” 같은 대사의 재등장은 관객에게 묘한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달라지는 색감과 거부감을 줄이는 유머 코드의 삽입, 감각적인 분할 화면 등은 관객의 몰입을 돕고 영화를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든다.

  영화가 전달하는 수많은 메시지 중 내가 가장 크게 공감한 것은 “모든 사람은 다르지만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우정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흥수와 재희는 소수자라는 점에서 같아 보여도 결국 다른 존재다. 순간의 재미를 추구하는 재희와 안정을 추구하는 흥수, 자녀에게 무관심한 재희 부모님과 관심 많은 흥수 엄마, 쉽게 사랑에 빠지고 상처받는 재희와 상처받기 싫어 사랑을 두려워하는 흥수. 서로의 상황을 겪지 않은 두 주인공은 이런 차이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의 다름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하게 싸운 후에도 상대의 상처에 대신 화를 내어 우정의 힘이 다투는 그 순간의 감정보다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너무 다르던 주인공들이 결국 서로를 닮아가는 모습을 보며 관객은 우정이 가진 힘을 깨닫게 된다.

 

권나영(사범대 역교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