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불필요한 고민과 불안 속에서 배운 것들
'냉전'(冷箭)은 숨어서 쏘는 화살이란 뜻으로 고대신문 동인이 씁니다.
대학을 졸업한 지 9년. 30대가 된 지금, 20대 시절의 고민과 불안을 돌아보니 그중 상당수는 필요 없었다. 괜히 스스로를 몰아붙여 내 몸의 면역체계만 망가뜨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현명하게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시길 바란다.
1. 끝없이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진 않는다
불확실한 미래와 취업 시장의 불안을 이기려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끝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부족한 걸까?” 같은 부정적인 생각만 깊어졌다. 그때는 적성이 내 안에 있고, 고민하면 답이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적성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연구에 따르면, 직업이 적성에 딱 맞는 사람(fit theorist)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일을 하면서 적성을 개발한다(develop theorist)고 한다. 나 역시 우연히 맡았던 데이터 프로젝트를 하면서 적성을 발견했다. 만약 고민하는 시간에 푹 자고, 그 에너지를 다양한 경험을 쌓는 데 썼다면 훨씬 더 생산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2. 실패는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열심히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마다 실망했고 스스로 작아졌다. 여기에는 두 가지 착각이 있었다. 첫째,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믿음. 심리학에서는 이를 ‘공정한 세상 가설(Just World Hypothesis)’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원래 불공정하다. 노력이 항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둘째, 고통과 괴로움을 구별하지 못했다. 불교에서는 이런 비유를 한다. “우리는 화살을 맞아 고통스러울 때, 이에 대한 후회와 자책으로 또 다른 화살을 스스로에게 쏜다. 이 두 번째 화살이 괴로움을 만든다.” 합격하지 못하거나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건 분명 고통이다. 하지만 “나는 왜 이 모양일까?” 같은 생각은 스스로를 더 괴롭게 한다. 실패는 그저 현재 잘되지 않은 상태일 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3. 남들의 생각을 내면화했다
나는 내 생각을 점검하기보다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을 남들의 의견을 쉽게 내면화했다. “좋은 대학 나왔는데, 더 좋은 곳 가야 하지 않아?” “이 정도면 좀 아깝지 않아?” 중요한 건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을 점검하며, 조금 더 자유롭고 진짜로 가득한 삶을 살길 바란다.
<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