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졸띠] 떠오르는 마음을 마주하려
136. 동소문 ‘성북동 엽서가게’
편지를 쓰는 시간만큼 낭만적인 시간이 있을까. 자리에 앉아 오롯이 한 사람을 떠올리며 몰입하는 순간. 평가받을 것에 대한 걱정도, 급하게 마무리할 이유도 없이 오직 한 명의 수신인에게 가닿을 마음을 차분히 담아내는 고요하고 소중한 시간. 그리고 그 순간 뒤에는 더욱 사랑스러운 시간이 존재한다. 그 마음을 담을 엽서나 편지지를 고르는 시간이다.
이에 동감하는 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 있다. 한성대입구역 앞의 한 골목, 눈에 띄는 하얀 가판대를 따라 걷다 보면 보이는 성북동 엽서가게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고풍스러운 가구들로 둘러싸여 아늑한 내부의 분위기에 기대감이 솟는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려는 계획 없이 들렸다고 해도 커다란 나무 선반 위 정갈히 놓인 엽서들을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자연히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잊고 지내던 친구, 혹은 매일 곁에 있지만 그래서 응원의 한 마디를 전하는 게 더욱 쉽지 않았던 이들일지도 모른다.
가게 안에는 엽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구와 소품이 가득하다. 아기자기한 동물 삽화가 그려진 메모지와 스티커, 조그맣고 정교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연필과 지우개, 그리고 새해를 맞으면서 아직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크고 작은 달력들까지. 그렇게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빈손으로 떠나기 아쉬운 마음을 결코 외면할 수 없게 된다.
성북동 엽서가게의 무엇보다 가장 특별한 매력은 가게 한편에 엽서를 쓰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혼자 조용히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혹은 함께 온 이와 나란히 앉아 서로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시간으로도 좋다. 가슴이 붕 떠오르는 계절의 초입에 마음마저 싱숭생숭한 당신이라면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엽서 한 장을 골라 아주 짧은 문장이라도 적어 보면 좋겠다. 천천히 고르고 정성스레 채운 엽서는 언제라도 누군가의 하루를 찬란히 밝힐 테니까.
박연우(문과대 철학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