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쌀롱] 록이라서 흥미로운 아이브 ‘Rebel Heart’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평론가들의 비평과 감상을 전합니다.

2025-03-23     이대화 음악평론가
이대화 음악평론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음악 동호회의 주류 장르는 록이었다. 힙합, 일렉트로닉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들만의 리그 대우를 받았다. 신촌과 홍대 앞에 그렇게나 많았던 음악 바들도 도어스, 벨벳 언더그라운드, 큐어 같은 록 밴드 이름을 간판으로 내걸고 있었다. 전문적인 취미의 교양서 역할을 했던 잡지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핫뮤직, 서브 같은 주요 매거진들이 록 중심이었다. 한국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롤링 스톤, NME 같은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양대 음악 잡지들이 전부 록 중심이었다. 

  그때의 마니아들이 록이라는 악마에 씌어서 악의적으로 한 장르만 고집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때 록은 곧 청춘의 음악이었다. 대중음악사의 가장 굵직한 순간들인 1960년대 히피, 1970년대 펑크, 1990년대 그런지 혁명이 전부 록을 중심으로 청춘의 불만이 터져 나온 역성이었다. 물론 최근 들어 대중음악사를 록에 편향되게 정리하지 말고 소울, 힙합, 일렉트로닉의 몫을 정당하게 되돌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도 명반 정리가 너무 백인 록 위주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록의 시대가 찬란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장르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당시엔 많지 않았다. 

  그랬던 록이 최근에 돌아오고 있다. 이젠 밴드가 아니어도 록을 많이 한다. 지금 멜론 차트 최상위권에 오른 아이브의 ‘Rebel Heart’를 들어보면 굉음에 가깝게 왜곡된 헤비한 기타가 메인 악기로 나선다. 이렇게 강력한 기타가 걸그룹 타이틀 곡에 자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요즘처럼 장르의 힙함으로 경쟁하는 케이팝 분위기를 감안하면 더욱 독특한 선택이다. 

  록이 각광받는 장르가 된 걸까? 지드래곤의 ‘Home Sweet Home’도 록 성향을 띤다. 얼핏 들으면 일렉트로닉 댄스처럼 들리나 메인 훅은 이펙터를 강하게 걸어 찌그러져 있고 드럼 패턴은 전형적인 로큰롤이다. 록의 질주감과 에너지를 가져오되 트렌디한 요소를 가미한 방식을 고민한 것 같다. 

  작년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APT.’에도 록이 있다. 하드 록에서 영향받은 무거운 기타가 메인을 담당하고 브리지 파트에선 로커처럼 목청껏 내지르기도 한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유독 밴드 음악임을 강조했다. 술 게임 소재가 더 부각돼 화제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예전 록에 대한 애정을 적극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일까. 왜 다시금 록이 떠오르는 걸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록이 지금 시점에선 새롭기 때문이다. 힙합과 일렉트로닉에 청춘 음악의 지위를 빼앗긴 1990년대 후반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겐 수십 년 동안 대중음악의 맹주였던 록이 낯설고 신선한 것 같다. 

  어쩌면 신선하기만 하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는 듯하다. 최근의 팝 트렌드 중 하나인 컨트리가 그렇다. 전통적인 장르에 속하는 데다 보수적 백인 색깔이 강해 젊은 층이 선호하지 않는 장르였다. 그러나 일부 히트곡들이 커다란 반응을 얻는 것이 신기한 현상으로 다뤄지며 확산일로에 있다. 팝의 중심에서 소외됐기 때문에 오히려 재조명되는 셈이다.  

  주변 장르를 싹싹 훑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록이 돌아오는 걸까. 아니면 새로운 흐름이 생기길 바라는 열망이 그만큼 큰 것일까. 아이브의 ‘Rebel Heart’를 들으며 록의 부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대화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