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특파원] 질서 속의 자유, 암스테르담의 반려견 문화

호랭이특파원은 외국에 체류하는 고대생이 현지의 시사·문화를 일상과 연관지어 쓰는 코너입니다.

2025-03-23     육채림(미디어대 미디어22)

 

  강아지 애호가인 필자가 암스테르담에 파견 와서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반려견이 주인과 함께 어디에나 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품종인지 알 수 없는 믹스견과 소형견부터 한국에서 쉽게 보기 힘든 그레이트 데인 같은 대형견까지 다양한 품종의 반려견을 카페, 식당, 트램, 쇼핑몰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카페 옆 좌석에 시베리안 허스키가 엎드려 자고 있는 일이 흔한 일이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지낸 한 달 반 동안, 적어도 실내에서 이 반려견들이 짖는 것을 들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공원에서 산책하며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간혹 짖는 강아지들도 있었으나, 실내에서는 모든 강아지가 놀라울 정도로 얌전하고 조용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반려견에게 호의적이다. 그 누구도 대형견이 입마개를 하지 않았다고 눈치를 주거나 식당에 동물을 데려왔다며 내쫓지 않는다.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유럽의 반려견 문화보다 후진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역사와 문화, 환경, 정서가 다르므로 현재의 모습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수렵 문화와 농경 문화에서의 차이도 있고, 근현대에 들어서도 우리나라는 식용견에서 애완견,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인식이 바뀐 역사가 매우 짧다. 과거 한국인들에게 개는 집을 지키기 위한 수단적 존재였고 어떤 이들에겐 수많은 음식 중 하나일 뿐이었다. 또한 공원과 산책길이 많고 아파트보다는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네덜란드만큼 개를 키우기 좋은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이렇듯 살아온 역사와 환경의 차이는 반려견 문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빚어낸다. 따라서 이른 시일 내에 한국이 네덜란드처럼 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질서가 지켜질 때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반려견이 잘 교육받고, 모든 견주들이 반려견과 시민의 안전을 위한 규칙들을 준수할 때, 한국의 반려견도 네덜란드와는 다른, 한국에 맞는 방식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육채림(미디어대 미디어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