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본 바다, 항해하는 모두의 터전이어야
제55대 서울총학생회장단 재선거 후보자 공청회
학사개편·고연전 결강계 공약 검증
협상카드는 ‘등록금 인상’
인권 국서 폐지에 반발도
제55대 서울총학생회장단 재선거 후보자 공청회가 지난 19일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단독 출마한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 ‘바다’의 이정원(경영대 경영22) 정후보와 한재민(의과대 의학19) 부후보가 학내 언론사별 질의와 사전 수합 질문, 현장 질문에 답했다. 이정원 정후보는 “각자 꿈을 안고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를 모험하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며 “학생사회에서 터부시돼 온 관념과 관행적인 예산 낭비에 정면으로 돌파하겠다”고 소견을 발표했다. 이번 선거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정회원 3분의 1(33.3%) 이상이 투표하고 과반의 찬성표를 얻어야 당선이 확정된다.
총학생회 조직 개편안 제시해
선본 바다는 기존 총학생회의 6~7국 체제를 2실 7국 체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집행위원장 산하에 기획조정실과 디자인홍보실을 신설하고 교육·문화·복지·사무·시설·진로·협력 총 7개 국서를 둘 계획이다. 개편 이유를 묻는 고대신문의 질의에 선본 바다는 효율적인 업무 분담을 위한 조치라고 답했다. 이정원 정후보는 “기존 체제는 부서 간 업무 범위가 겹치거나 편차가 심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특히 중앙집행위원장에게 업무가 몰렸다”며 “위원장이 본래 업무인 집행 총괄과 국서별 사업 검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무적·대외적 업무를 기획조정실이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조정실이 회장단을 대신해 대외 업무를 맡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길 경우 책임소재를 묻는 사전 질의도 나왔다. 이정원 정후보는 “모든 책임과 의무는 회장단이 진다”며 "기획조정실은 판단을 내리는 기구가 아니라 회장단을 보좌하는 역할”이라 답했다.
국서 개편으로 인권 사업을 전담하는 국서가 사라지면서 인권 관련 공약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재민 부후보는 “인권 의제는 대부분 복지에 포함돼 복지국이 관련 사업을 맡고 배리어프리 업무는 시설국, 간식 행사 시 비건식 제공은 협력국이 맡는 등 각 부처가 필요에 따라 업무를 맡을 것”이라며 “총학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인권 사업도 전문성을 갖춘 특별기구나 교내 부처가 전담하고 총학은 이에 협력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연(보과대 보건정책22) 씨는 “효율을 위해 인권 사업을 여러 부서에 나눈다는 논리라면 진로국을 신설하는 대신 협력국이나 교육국에서 업무를 나누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인권 사업을 특별기구에 위임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질문했다. 이정원 후보는 “그동안 총학이 인권 사업을 주도하면서 오히려 특별기구의 역할이 약해졌다”며“특별기구가 독립적으로 사업을 주관해야 인권 사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강주연 씨는 “2023년도 인권주간을 돌아보면 특별기구가 사업을 주도할 때 현실적인 어려움이 분명한데 총학생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재수강·기숙사 공약, 숙원사업 이룰까
등록금 인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학사제도 개편 공약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재수강 기준 완화’ 공약의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고대신문 질의에 이정원 정후보는 “지난해에는 교원이 부족하단 이유로 재수강 기준 완화가 거절됐지만 16년 만의 등록금 인상으로 어느 정도 교원 충원이 약속된 상태”라며 “재수강 기준 완화는 학사제도 협의회 안건으로도 상정돼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학기 이수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납부하는 막학기 학점 비례 등록금제의 실현 가능성을 묻자 한재민 부후보는 “올해 등록금 인상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지만 현재도 초과학기엔 비례 등록금제가 적용되는 만큼 학교와 협의할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생활환경 개선 공약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기숙사 제도 개편의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KUTV의 질의에 이정원 후보는 “공실을 즉시 공지해 추가 인원을 선발하는 추가입사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이번 등록금 인상으로 예산이 확보돼 외부 기숙사 설립도 학교에 강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구역 재지정 공약의 구체적인 계획을 묻자 이정원 후보는 “백주년기념관 앞 흡연구역처럼 재정비가 필요한 곳을 찾아 대체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우 기부·제휴 늘려 문화행사 키운다
선본 바다는 문화행사 확대도 약속했다. 가을축제 확대에 필요한 예산 확보 방안을 묻는 본지 질의에 선본 바다는 제휴업체 확대와 효율적인 학생회비 집행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정원 정후보는 “대동제와 경영대 축제를 기획한 경험에 비춰볼 때 연예인 라인업이 보장돼 있으면 협찬이 잘 들어온다”며 “1학기부터 대외협력팀을 꾸려 교우들에게 기부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섭외·협찬을 들여와 축제 규모를 늘려갈 것”이라 말했다. 이어 “테무 등 저가 플랫폼과 도매업체로 필요한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준비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동제 고대생존 입장 대기줄 개선안도 나왔다. 이정원 정후보는 “행사 당일 오전에 고대생존 입장 팔찌를 배부해 긴 대기줄을 서지 않도록 막겠다”고 말했다. 사전에 배부한 팔찌가 불법으로 거래될 가능성을 묻자 이정원 정후보는 “입실렌티처럼 자체 팔찌를 제작해 공연 당일 배부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암표 적발 시 향후 총학생회 주관 행사 참여에 불이익이 있음을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고연전 결강계가 발급돼 대부분 학생이 수업을 듣지 않는다면 휴강으로 이어져 법정수업일수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질의에 이정원 정후보는 “학교와 협의해 비대면 강의나 대체 과제, 보충 강의를 마련하도록 협조를 구하겠다”며 “결강계는 최소한으로만 발급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원 정후보는 “협력·교육 등 다른 중요 영역에 밀려 진로가 등한시됐던 게 마음에 걸려 진로국이란 큰 국서를 신설했음에도 관련 질문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 | 백하빈·서윤주 기자 press@
사진 | 이경원 기자 won@
인포그래픽 | 백하빈 기자 hpa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