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특파원] 미국에서 만난 초록빛 축제, St. Patrick’s Day Block Party

호랭이특파원은 외국에 체류하는 고대생이 현지의 시사·문화를 일상과 연관지어 쓰는 코너입니다.

2025-03-30     하수연(보과대 바이오의과학21)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며 경험한 문화 중 인상 깊었던 행사는 St. Patrick’ s Day Block Party였다. 올해 나는 현지의 블록 파티에 직접 참여하며 이 행사가 단순한 파티를 넘어 문화적 정체성과 공존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St. Patrick’s Day는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을 기리는 날로 매년 3월 17일에 기념된다. 본래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날이었지만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지금은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됐다. 이날 미국 전역에서는 초록색 옷과 장신구, 초록 맥주, 그리고 거리 행진과 퍼레이드로 분위기가 고조됐다. 특히 시카고에서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물을 초록색으로 물들이는데, 직접 본 그 장면은 단순한 연출 이상의 문화적 상징처럼 느껴졌다.

  내가 참여한 블록 파티는 그야말로 활기 그 자체였다. 거리에는 다양한 음식 트럭과 음악 공연이 펼쳐졌고 사람들은 모르는 이들과도 자유롭게 어울렸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축제가 단순히 젊은이들만의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모차를 끄는 부모와 아이들, 반려동물에게 초록 모자를 씌운 사람들까지 남녀노소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 행사가 미국 사회가 지닌 포용성과 유연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원래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타인의 참여를 환영하는 이 문화는 미국이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뒤섞인 사회로 작동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특정 민족이나 종교의 전통이 대중적 축제로 발전하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미국에서는 이민자들의 문화가 하나의 공공 문화로 자리 잡으며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풍토가 형성돼 있다. 나는 이곳에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같은 축제를 즐기고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며 미국 사회의 다문화적 공존 방식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St. Patrick’s Day는 문화가 어떻게 전파되고, 섞이고, 함께 살아 숨 쉬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교환학생으로서 이런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그 안에서 나의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뜻깊게 느껴졌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봤고, 그 힌트를 이 초록빛 축제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하수연(보과대 바이오의과학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