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민주주의가 이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계엄 선포 4달 만에 파면
“정치 개혁 등 미래 고민해야”
지난 4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5대 쟁점인 △비상계엄의 절차적 적법성 △국회에 군경 투입 △포고령 발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를 따지며 선고 요지를 말했다. 사안별로 보충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재판관 전원은 “피청구인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했다”며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권한대행은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낭독했다.
선고 이후 안국역과 광화문 근처 시위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안국역 6번 출구부터 광화문까지 이어진 탄핵 찬성 집회에선 시민들의 환호가 나왔다. 거리엔 DAY6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이제야 꽃이 핀 게 눈에 들어온다”며 “우리에게도 봄이 왔다”고 외쳤다. 강예빈(성공회대 사회23) 씨는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되찾아 속이 후련하다”며 “단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양당 체제를 극복하고 역사 왜곡을 바로 잡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훈(정경대 정외24) 씨는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번 시위에 동참했는데 오늘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며 “이제 윤석열 정권하에서 탄압받던 노동자, 장애인 등 소수자 인권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 장소였던 안국역 5번 출구 인근에선 욕설과 통곡이 나왔다. 이종언(남·24) 씨는 “이번 판결에서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선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앞으로도 시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서준(남·20) 씨는 “헌재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민주당 중심의 국회 권력은 국민을 전혀 신경 쓰지 않기에 국민이 적극적으로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 | 김정린 기자 jorinng@
사진 | 임세용 기자 sy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