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많은 교내 대관, 외부로 밀려나는 동아리들
학관 공사로 4.18기념관 의존
지하 2층 대강당은 좁고 낡아
“행사용 대관 규정도 개선 필요”
학생회관 리모델링으로 자치 공간을 잃은 동아리들이 활동 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4.18기념관이 대체 공간으로 쓰이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간이 부족하고 단과대·학부·학과 소속 동아리의 이용은 제한된다. 공연에 적합한 교내 장소도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인촌기념관은 공사로 9월까지 사용이 중단됐으며, 4.18기념관 대강당은 규모가 작고 시설이 낙후돼 사비를 들여 외부 공연장을 대관하는 단체가 늘고 있다.
학생회관 빈자리에 대관 경쟁 치열
고려대 학생회관 및 애기능학생회관이 리모델링에 돌입한 이후 점유 단체는 세미나·연습·공연 공간으로 4.18기념관 B101호, B106호, B107호를 대관할 수 있다. 대관은 매주 월요일 동아리연합회 사이트에서 추첨으로 배정하며, 남는 자리가 있을 땐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다. 그러나 동아리실을 잃은 단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박영민 TTP 회장은 “대관 페이지에 접속하면 4.18기념관 시설 예약이 전부 차 있어 신청도 어렵다”고 말했다. 강민재 KUDT 회장도 “학생회관 6층 연습실을 대신해 200명 규모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4.18기념관 대강당뿐”이라며 “일정을 바꾸기 어려운 행사 날에 대관하지 못해 외부 공간을 물색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동아리연합회는 안암동에 위치한 연습실 ‘프롬제로’와 제휴해 연습 공간을 제공하거나 학생지원팀 심의를 통해 외부 대관비를 지원하고 있다. 김서진 동아리연합회 연행예술분과장은 “기존에도 학생회관 대관이 쉽지 않았지만 리모델링 착수 후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동아리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단과대·학부·학과 소속 동아리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기존에는 동아리연합회의 승인을 받으면 학생회관 세미나실과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었으나 대체 공간인 4.18기념관은 대관할 수 없다. 연습실 ‘프롬제로’ 이용과 외부 대관비 지원 역시 단과대·학부·학과 소속 동아리는 받을 수 없다. 학생지원팀은 “학생회관 리모델링 기간 동안 사용할 공간이 없어진 점유 단체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기에 기존 학생회관 점유 단체만 대관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아 라온제나 회장은 “중앙동아리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이해하나 외부 공간 대관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대관 시스템도 개선해야
교내 자치 단체는 4.18기념관 대강당과 인촌기념관을 대관해 정기 공연·행사를 진행하지만 대관 절차가 비효율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4.18기념관 대강당을 사용하려면 대관을 담당하는 학생지원팀 사무실에 방문해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촌기념관은 학생지원팀에 대관신청서와 행사세부계획서를 제출한 뒤 관리 주체인 경영지원팀과 검토 및 협의를 거쳐야 승인 여부가 확정되며, 4.18기념관 대강당 대신 인촌기념관을 사용하려는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주말에는 관객 및 스태프, 공연자를 합해 200명 이상 규모의 행사여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박영민 TTP 회장은 “메일이 오기 전까지는 심의 진행 상황이나 타 단체의 선점 여부도 알 수 없다”며 “KLIB처럼 통일된 공간 예약 시스템을 만들어 예약 가능한 일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동아리 활동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서울캠 소속 중앙동아리만 인촌기념관을 대관할 수 있다는 규칙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박수아 라온제나 회장은 “인촌기념관이 사실상 교내 유일한 공연장인만큼 단과대 소속 동아리에도 일정 수준 대관 기회를 제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영지원팀은 “단과대 동아리는 공식 등록된 단체가 아니기에 학교 예산으로 무료 대관을 지원할 수 없다”며 “동아리에서 사업자등록번호나 고유번호증을 소유한 경우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별 대관 가능 횟수가 충분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4.18기념관 대강당은 2회, 인촌기념관은 1회로 학기별 대관 횟수가 제한된다. 설혜진 ATP 회장은 “동아리연합회처럼 동아리의 특성과 상황을 반영해 초과 대관을 허용하는 제도가 시행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지원팀은 “대관 규정 개선은 학생지원팀에서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에 학생사회의 요구와 필요가 높아지면 검토해 보겠다”고 전했다.
공연 시설 열악해 설 무대 없어
치열하고 복잡한 대관 절차를 통과했지만 정작 시설이 공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4.18기념관 대강당은 잦은 천장 누수로 대강당 좌석엔 빗물 양동이가 놓여 있고 의자와 바닥 곳곳의 코팅도 벗겨진 상태다. 김재현 고전기타부 회장은 “4.18기념관 대강당은 대기실이 없고 소리 울림이 좋지 않아 공연 장소론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허윤영 극예술연구회 회장은 “4.18기념관 보수 공사 후 조명 회로와 덕트, 채널이 철거돼 연극 공연용 조명 설비를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며 “열악해도 조명은 설치할 수 있는 학생회관 6층 소극장을 사용해 왔는데 현재는 외부 공연장 대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학생지원팀은 “작년 벽면 수리를 마치는 등 지속적으로 시설을 보수해오고 있다”며 “장기간 공사할 경우 시설이 필요한 동아리들의 항의가 발생하고 비용 문제도 있어 한 번에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인촌기념관은 3월 17일부터 9월 30일까지 지붕 누수 및 내부 인테리어 공사로 사용이 불가하다. 그러나 교내에는 987석 규모의 인촌기념관 강당과 비슷한 실내 공간이 없어 대규모 공연장이 필요한 동아리는 공연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예은 관악부 회장은 “4.18기념관 대강당 무대는 연주자 50~60인을 수용하기엔 좁아 9월 정기연주회를 위한 외부 장소 대관을 고려하고 있다”며 “외부 대관에 들여야 하는 노력도 문제지만 동아리 내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대관 비용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인촌기념관은 학생 자치활동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에 공사로 대관이 중단된 기간에도 별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 인촌기념관 대관을 담당하는 경영지원팀은 “공사로 인한 외부 대관 비용 지원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글 | 김정린·정혜린 기자 press@
사진 | 김준희 기자 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