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 담은 VISION, 세종캠 발전의 이정표
개교 120주년 특집 ①: 세종캠 VISION 돌아보기
2006년부터 주기적 발표
학제 개편·건축 사업으로 큰 변화
“학내 구성원 협의해 전략 만들어야”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2006년부터 학교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을 세워왔다. 20년간 세워진 총 4번의 비전은 학교 운영의 기준이 돼 다양한 교내외 성과 달성에 기여해 왔다. 그간 세종캠은 교외 사업의 주요 연구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대외적인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 다만 아산시 소재 캠퍼스 마련, 완벽한 *보딩 캠퍼스 구축 등은 실패했고 학제 개편 당시 교내 구성원 간의 협의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30년 개교 50주년을 맞는 세종캠은 5월 말 새 비전 VISION 2030을 공개할 예정이다.
세종만의 정체성 발굴 노력
2006년 당시 서창캠퍼스였던 세종캠은 첫 번째 VISION인 VISION 2010+를 선포했다. VISION 2010+는 학과 특성화를 위해 인문사회계열 학부를 통합해 인문사회학부를 출범하는 등 학과 통폐합을 진행하고 보딩 캠퍼스 조성을 통한 영어 공용캠퍼스 구축을 이뤄내고자 했다. 세종캠퍼스로 이름을 바꾼 것도 VISION 2010+의 일환이었다. 이외에도 △성과 지향적 연구환경 조성 △서울캠퍼스와 차별화된 교육체제 확립 △교육시설의 첨단화를 발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0년 정부로부터 약학대 인허가를 승인받았고 2011년부터 학과생을 모집했지만 비전 중 하나인 충남 아산시 소재 캠퍼스는 계획 수립부터 미뤄지다 무산됐다.
세종캠 30주년이었던 2010년에는 ‘대한민국의 중심, Global Leading Campus’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해당 비전의 주요 목표는 △단과대 전면 개편 △예술캠퍼스 구축 △신규 대학원 설립 등이었다. 이전 VISION과 달리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획이 다수 변경됐다. 단과대 개편의 경우 당시 제시된 IT대학, 문화예술대학 등의 명칭은 사용되지 않았고 치의학전문대학원은 출범하지 못하는 등 전략 대부분이 실현되지 않았다.
융합 학문 정체성 마련
2016년, 세종캠은 VISION 2025를 선포했다. 선정규 당시 세종부총장은 취업률이 낮았던 인문대와 경상대등의 학사구조 개편을 선언했다. 세종캠의 ‘응용 학문’ 정체성도 이때 확립됐다. 당시 기획처장을 역임한 이긍원(과기대 반도체물리학부) 교수는 “서울이 순수·전통 학문을 주로 다루는 만큼 세종은 융합·실용 학문으로 특화하려는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융합의 강조는 학과 개편으로 실현됐다. 제2대 공공정책대학장을 역임한 김상봉(공정대 정부행정학부) 교수는 “2021년 공정대 내에 생긴 빅데이터사이언스학부가 VISION 2025의 기조를 잘 나타내는 예시”라고 말했다.
산학협력단 독립도 이때 이뤄졌다. 이긍원 교수는 “산학협력단이 분리된 이후 현재까지 교육부 LINC3.0사업, 정보통신혁신인재사업에 선정되고 국가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에서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계획이던 산학협력관, 문화스포츠관, 가속기ICT융합관과 신정문도 VISION 2025의 계획하에 건립됐다.
VISION 2025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지만 학사 구조 개편 등 큰 변화에 진통도 겪었다. 이긍원 교수는 “당시 세종캠은 교육부 교육 평가에서 D+를 받았기 때문에 교육부의 구조조정 요구는 무조건 수용해야 했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러 구성원이 서운함을 느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진요한 당시 북한학과(현 통일외교안보전공) 학생회장은 학사 구조 개편에 반대했다. 학과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공정대 정부행정학부 소속 A씨는 “독립학부에서 공정대 소속으로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졸업 요건이 바뀌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9년 추가 공개된 VISION 2025+ 전략 중 융복합 캠퍼스 실현 플랫폼 구축 및 혁신 체제 마련은 난제였다. 제3대 공공정책대학장을 지낸 최형재(공정대 경제통계학과) 교수는 “재직 당시에도 융복합 관련 수업은 두 개밖에 만들지 못했다”며 “이상적이지만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VISION 2025+는 성과조차 제대로 점검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최 교수는 “VISION 2025+ 선포 이후 교과 과정과 교수학습과정 자체는 실용적으로 변했지만 어떤 성과를 냈는지 점검하는 과정은 미비했다”고 말했다.
이달 말, 새로운 발전 전략을 제시를 앞두고 여러 의견이 나온다. 김상봉 교수는 “학교의 정책은 대외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내부 구성원 간 충분한 협의를 거친 상향식 개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형재 교수는 “사회과학 분야도 기술 및 AI 분야처럼 활발히 투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딩 캠퍼스(boarding campus): 학생들이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학교 수업을 받는 형태의 교육 시스템을 갖춘 캠퍼스.
글 | 호경필 기자 scribeetle@
사진 | 고대신문 DB
이미지출처 | 세종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