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주권 수호할 인재를 양성하다
개교 120주년 특집 ②: 세종캠 첨단학과 학과장 인터뷰
전자·생명 융합 교육과 실습 병행
전통 약학·신약 개발 아울러
신설 학과에 재정 지원 필요
올해 첫 신입생이 입학한 고려 세종캠 디지털헬스케어공학과와 첨단융합신약학과는 교육부 인재 양성 5대 핵심 분야 중 하나인 바이오헬스의 의료기기 인재와 혁신신약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신설됐다. 디지털헬스케어공학은 정보통신기술을 의료 및 건강 관리 분야에 적용하는 학문이다. 혁신신약은 자연 유래 성분이나 화학 물질을 합성해서 만드는 합성 신약이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을 임상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말한다. 본지는 천성우 디지털헬스케어공학과 학과장과 최수안 첨단융합신약학과 학과장을 만나 디지털헬스케어공학·첨단융합신약학과의 역할과 차별성에 관해 물었다.
- 학과 신설 배경은
천성우|“기술 발전으로 의료 환경이 빠르게 변하며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와 원격 의료 등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전자공학, 생명공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아우르는 디지털헬스케어공학과가 설립됐습니다.”
최수안|“코로나 팬데믹 이후 신약 개발 기술력이 국가 방위력 중 하나가 됐습니다.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 혁신 신약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인재 수요도 많이 늘어났어요. 그러나 현재 석박사 중심의 연구 인력 양성만 활발하고 혁신신약 개발 실무에 필요한 학사 수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에 혁신신약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학사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고자 첨단융합신약학과가 설립됐습니다.”
- 교육 과정을 소개한다면
천성우|“1학년 과정을 거치며 공학 기초를 다진 학생들은 2학년부터 전자기학, 전기회로 등 전자및정보공학과 전공과 생화학, 의학개론과의료용어 등 생명정보공학과 전공을 수강합니다. 3~4학년이 되면 인공지능, 바이오닉스, 디지털바이오시스템을 공부하고 학과와 협력한 병원, 연구소, 헬스케어 기업에서 인턴십 과정을 밟습니다.”
최수안|“1~2학년 학생들은 생물학, 화학, 미생물학 등을 공부하며 신약 개발 기초 역량을 쌓습니다. 2학년부터는 약품학, 혁신신약 수업뿐 아니라 AI신약개발과 생명과학 수업을 함께 들으며 첨단 기술로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을 학습합니다. 4학년이 되면 혁신신약 인턴십이나 신약 개발 콜로키움에 참여해 실무 역량을 쌓을 수 있죠.”
- 디지털헬스케어공학과의 졸업 후 진로는 어떤가
천성우|“의료기기 업체, 헬스케어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거나 첨단 의료기기를 연구하는 연구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산업진흥원에서 바이오헬스 전문 지식을 갖춘 관료로도 일할 수 있죠. 최근 *전자약을 비롯한 첨단 치료제 사업을 추진하는 제약 회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관련 산업으로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
- 첨단융합신약학과와 약학과의 차이는
최수안|“약학과의 교육과정은 약사 국가시험 필수 과목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대부분 학생들이 약사 면허 취득을 목표로 합니다. 반면 첨단융합신약학과는 약사 국가시험이라는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교육 과정을 채택하고 약학과와 달리 다중 전공을 허용합니다. 전자및정보공학과, 빅데이터사이언스학부, 약학과, 생명정보공학과, 식품생명공학과와 함께 여러 트랙으로 구성된 융합전공을 개설해 학생들의 전공 융합을 체계적으로 도울 예정입니다.”
- 고려대만의 차별점은
천성우|“지금까지의 디지털헬스케어 교육 과정은 소프트웨어 교육에 치중됐지만 고려대에서는 하드웨어 교육도 풍부하게 제공합니다. 예컨대 센서의 신호를 처리하는 방법만 배우는 게 아니라 센서의 구성과 작동 원리도 배울 수 있죠. 이를 위해 바이오로봇, 헬스케어 모니터링 디바이스, 센서 등 다양한 기기를 직접 다뤄볼 수 있는 수업도 개설돼 있습니다.”
최수안|“혁신신약 전공을 개설한 대학 중 유일하게 약학과의 전 교원을 첨단융합신약학과 교수로 투입합니다. 덕분에 혁신신약 개발뿐 아니라 임상약학, 사회약학 등 전통적 약학 지식까지 포괄하는 교육 기반이 만들어졌어요. 식품생명공학과, 생명정보공학과, 빅데이터사이언스학부, 컴퓨터융합소프트웨어학과, 스포츠과학전공 교수님들이 겸임교원으로 있어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 세종캠 VISION 2030에 바라는 점은
천성우|“VISION 2025+에 따라 융합 연구 지원을 늘리고 융복합 학과를 신설한 것은 좋은 변화입니다. 그러나 신설 학과들의 내실이 충분히 다져지지 못했어요. 실습수업에 필요한 기자재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하고 학과 전용 사물함과 자치 공간이 없다 보니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죠. VISION 2030에는 신설 학과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성이 포함되면 좋겠습니다.”
최수안|“융복합 캠퍼스라는 비전을 계속 발전시키기를 바랍니다. 우리 학교는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융합 연구나 융복합 교육과정을 개설하지만, 사업이 종료되면 지원이 끊겨 지속 운영이 어려워요. 세종캠이 진정한 융복합 캠퍼스로 나아가려면 학교는 장기적인 지원 기반을 마련해야 하고 교원들은 학과 우선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천성우|“처음 학과를 창설할 때 전자및정보공학과와 생명정보공학과를 비롯한 여러 학과에서 유능한 교수님들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전임 교원도 늘릴 예정입니다. 교수님들은 언제나 학생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으므로 공부하거나 진로를 계획할 때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학생 전원에게 학부 연구생 기회를 주는 등 일반 학과보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도록 준비하고 있으니 학교를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수안|“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의 성과가 첨단융합신약학과의 미래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열정을 다해 길을 개척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학생들의 성과가 교수진의 성적표인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학과를 이끌겠습니다.”
*전자약: 전기, 자기장으로 뇌나 신경 기능을 자극해 치료 효과를 내는 의료기기.
글 | 정송은 기자 song@
사진 | 서리나·이경원 기자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