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횡단] 창작자의 ‘스타일’은 공공재인가

2025-05-04     안효빈 기자
안효빈 기자

 

  최근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라는 명령어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사진을 생성형 AI에 업로드하고 이를 애니메이션 속 그림처럼 바꾸는 것이 유행했다. 카카오톡 새로 업로드된 프로필에는 지브리 스타일 사진으로 프로필을 장식한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는 창작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명령어 한마디로 창작물의 ‘스타일’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된 결과다. 실제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는 본인의 SNS에 “AI로 만든 지브리 스타일로 기업이 광고하면서 본인에게 돌아온 것은 없다”며 전문 인력을 쓸 예산이 있으면서 아티스트 대신 AI를 투입하는 것을 비판했다. 일전에도 그는 AI가 생명력이 없다며 그 기술을 작품에 접목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렇게 창작자가 원하지 않아도 타인에 의해 그림체가 학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간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에 따르면 AI가 원작자의 그림체를 무단 학습한 경우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AI가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학습했는지 외부인이 알기 어렵고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또 저작권법에서는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분해 보호한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차용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등장인물과 특정할 수 있는 ‘표현’은 창작자가 보호받을 수 있다. 이번 지브리 ‘스타일’의 저작권 침해 문제에서도 유사한 ‘스타일’만으로는 법적으로 보호되기 어렵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에 등장했었던 캐릭터들을 활용하고 등장시키는 것은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말처럼 그 경계가 뚜렷하지는 않다. 당장에 누구든 ‘지브리’ 프사임을 알아보고, 특정할 수 있는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은 창작자에게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법은 항상 기술 발전보다 한발 늦게 움직인다. 날이 갈수록 창작자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발전을 통한 창조와 혁신 그 이면에, 원작자에 대한 보호는 아슬아슬하다. 보다 정교한 기준 마련과 권리 보장을 통해 ‘AI를 통한 혁신’과 ‘원작자 보호’ 사이 균형을 맞추기를 바란다. 

 

안효빈 기자 light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