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의 서재] 울고 웃고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리단 작가의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는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생생히 담아낸 책이다. 조울증을 중심으로 작가의 경험뿐 아니라 정신병동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어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해준다. 정신질환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었고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
정신질환은 일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누구든 그 경계 안팎에서 살아간다. 감정이 조금 더 예민하고 섬세하며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낙인찍히고 차별받아선 안 된다. 이 책은 병자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존엄을 지닌 존재로 그려낸다. 병과의 공존을 받아들이고, 정신병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하는 작가의 태도는 따뜻하고 단단했다.
책을 읽으며 나의 편견과 무지를 마주했다. 조증은 그저 기분 좋은 병이라거나 조현병은 모두가 환청과 환각을 겪는 병이라는 식의 오해가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 깨달았다. 증상의 양상은 매우 다양해 일상생활을 해내며 살아가는 이들도 많았다.
문제는 병 그 자체보다도 병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회와 낙인찍는 시선이었다. 병이 있는 삶도 삶이고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웃고 울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이 책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위로의 방식 또한 다시 생각하게 됐다. ‘괜찮아질 거야’ 같은 무심한 위로가 때로는 칼보다 더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고통이 작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임을 절실히 느꼈다. 정신질환자들을 웃음 소재로 소비하는 문화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무심코 쓰는 말, 농담처럼 내뱉는 표현 하나가 누군가에겐 오래 남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책을 읽고 ‘정신병은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증상이 사라지지 않아도 여전히 삶은 계속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충분히 값진 삶이 아닐까. 이 책은 정신질환자뿐 아니라 그들을 마주하는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한다. 병이 있다고 해서 덜 소중한 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배웠다.
황예안(미디어대 미디어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