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졸띠] 자극적인 일상에서 담백함이 솟아나다
140. 조치원 ‘솟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는 온통 자극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낯선 환경 속에서 펼쳐지는 설렘 가득한 만남, 어딘가 영화 같기도 한 사랑의 시작, 신나는 밥약과 술자리. 정신없이 웃고 떠들다 보면 마음속에 묘한 감정이 찾아온다. 바로 공허함이다. 쉼 없이 이어지는 사건들과 감정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 지쳐간다. 어쩌면 그럴 때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자극이 아니라 담백하고 편안한 시간이다. 치킨과 피자, 소주와 막걸리로 가득한 조치원에서 담백한 맛으로 편안함을 가져다줄 곳이 있다.
학군단 건물을 지나 오른쪽으로 10분 남짓 걷다 보면 조용한 골목 끝에 솥밥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첫인상부터 감각적인 공간이 반긴다. 흰색 가구와 따뜻한 나무 포인트가 어우러진 인테리어와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은 힘든 하루의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메뉴는 다양한 솥밥과 전통주. 솥밥과 함께 나오는 세 가지 반찬과 따끈한 장국은 손님들의 미소를 절로 자아낸다. 그중에서도 고등어 솥밥은 꼭 한번 맛보길 권한다. 노릇하게 구운 고등어를 밥과 함께 한 숟갈 떠먹으면 입안 가득 담백하고 고소한 풍미가 퍼지며 순간 모든 번잡함이 잦아든다. 여기에 전통주 한 잔까지 곁들이면 온몸이 편안히 풀리면서 진하고도 잔잔한 위로가 느껴진다.
식사를 마치고 나설 때면 ‘힘이 솟는 한 그릇’이라는 가게 슬로건이 약속하듯 지친 몸과 마음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다. 문을 열고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면 저녁 빛을 머금은 노을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고 그 풍경은 하루의 끝자락에 뜻밖의 운치를 더해준다. 잔잔한 거리와 손끝에 남은 따스함, 그리고 마음속 깊이 스며든 여운이 느껴진다.
술과 야식, 시끌벅적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일상에서 작은 쉼표와 함께 쉬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간고사에 지친 학우들을 위해, 또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전 도약을 위해, 잠시 위로를 받고자 하는 나를 위해. 든든하고 담백한 솥밥 한 그릇을 권한다.
손예찬(글비대 한국학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