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을 읽고] 기자의 시선에서
2020호의 고대신문은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모습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반가웠다. 특히 보도면에선 학교에서 진행된 여러 행사 기사들로 교내의 활기찬 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위고비와 같은 약물에 관한 기사는 학내를 넘어 사회 전반의 흐름까지 담아내고 있어 좋았다.
그러나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그 ‘생생함’에 대한 의문이 든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빠짐없이 적는다고 해서 생동감 있는 기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수자인권위원회와 여학생위원회 합병 기사는 마치 회의록을 그대로 옮겨 적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직접 회의를 참관하지 않은 독자로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기사의 시선이나 해석이 전혀 없으니 회의록을 읽는 것과 같은 피로감이 느껴졌다. 기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기자가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글이어야 한다.
개교 120주년 기념식과 ISFF와 같은 행사 기사에서도 비슷한 아쉬움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구조로 진행되는 글은 독자의 흥미를 끌기 부족하고 읽으며 지루함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행사 참여자들의 인터뷰 내용은 서로 너무 비슷해 내용적 차별성이 없었다. ‘120주년을 축하할 수 있어 좋다’라는 말은 한 번만 들어갔어도 좋았을 것이다. 시의성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개교 120주년 행사는 이미 2주 전의 일이다. 물론 주간지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지연은 있겠지만, 독자는 신문사의 발행 사정을 고려해 주지 않는다.
중요한 기사를 다루는 방법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1면에 크게 실린 사진과 기사는 시선을 사로잡아 궁금증을 유발하며 흥미를 끌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2면에서는 맨 밑 구석에 조그맣게 들어가 있어 오히려 그 중요성이 흐릿해졌다. 1면에 실린 만큼 강조된 주제라면 신문 전체적으로 그 중요성을 나타내야 했는데, 그 도구인 면 배치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1면 사진이 전달하려는 반발의 분위기는 정작 1면 기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각적 메시지와 글의 내용이 엇갈리며 혼란을 준 셈이다.
이번 호 신문은 정보와 현장을 풍부하게 담고 있었지만 그 전달 방식에서는 여러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기사의 목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독자와 호흡하는 것이다.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은 기자의 시선, 선택, 언어에서 비롯된다. 앞으로의 지면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넘어 기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길 기대한다.
김시현(문과대 국문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