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특파원] “이름이 불리는 순간, 졸업은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
호랭이특파원은 외국에 체류하는 고대생이 현지의 시사·문화를 일상과 연관지어 쓰는 코너입니다.
미국의 대학 졸업식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학생 개인이 주인공이 되는 성대한 의식이며 학업 여정을 마무리 짓는 무대다. 교환학생으로 미국 대학에 머무르며 가장 인상 깊게 체험한 문화 중 하나가 바로 이 졸업식이었다.
미국에서는 학부 전체가 동시에 졸업식을 하지 않는다. 단과대학별로 각기 다른 날짜, 시간, 장소에서 졸업식이 열린다. 예를 들어 공과대학, 문과대학, 자연과학대학, 경영대학 등이 모두 따로 진행된다. 전공이 같더라도 복수전공이나 학위 요건에 따라 졸업식이 나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전공과 소속에 따라 맞춤형으로 열리는 졸업식은 ‘개인’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미국 교육문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모든 졸업생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된다는 것이다. 이름이 불리면 학생은 단상으로 걸어 나가 교수진의 축하 속에 졸업장을 직접 받는다. 누군가는 학사모에 꽃이나 가족사진을 붙이고, 누군가는 전통의상을 입은 채 무대에 오른다. 단 몇 초지만 무대 위에서 가족과 친구, 교수 앞에 서는 그 순간은 명확히 ‘내 인생의 졸업식’으로 기억된다.
이 졸업식은 결코 짧지 않다. 내가 참석한 미국인 친구의 졸업식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고 학생 수는 400명이 넘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생략되지 않는다. 학생 개개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려 있는 것이다. 가족들은 손팻말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각자의 방식으로 졸업을 축하한다.
반면 한국 대학의 졸업식은 하루에 한 장소에서 여러 학과가 함께 진행된다. 총장이 대표 몇 명에게만 졸업장을 직접 수여하고 나머지는 행사 이후 졸업장을 받아 간다. 효율적이지만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무대에 오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번 경험을 통해 졸업식이 단순한 학위 수여가 아니라 지난 시간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축하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이름이 불리고 무대를 걷고 졸업장을 받는 그 순간은 존재를 위한 의식이자 한 개인의 서사를 사회가 존중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하수연(보과대 바이오의과학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