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졸띠] 봄을 담은 카페, 버라이어티
141. 안암 ‘버라이어티’
유독 길었던 겨울 끝에 올해는 5월이 돼서야 완연한 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봄이 되자마자 나무들은 너도나도 앞다퉈 연둣빛 잎을 내놓는다. 산책하기 적합한 날씨가 됐다는 신호다. 5월의 어느 봄날, 따스한 꽃내음을 맡으며 성북천을 산책하던 중 봄을 그대로 옮겨 담은 듯한 인테리어와 초록빛 식물들이 있는 아기자기한 카페가 내 눈길을 끌었다. 홀린 듯 들어간 공간은 카페 버라이어티였다.
어딘가 침울해 보이는 학교 열람실로부터 도망쳐 나온 산책이었기에 ‘좋은 카페를 찾게 된다면 그곳에서 공부해야지’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커피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나는 연둣빛 봄날에 어울리는 말차라떼를 시켰다. 말차라떼는 카페마다 조금씩 맛이 다른데 소위 말하는 ‘진짜 말차라떼’는 쌉쌀한 맛이 나야 한다(물론 단 맛도 필요하지만 둘 사이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다). 그 기준에서 버라이어티의 말차 라떼는 훌륭했다. 후에 다시 이곳을 방문한 날에도 말차 라떼를 마셨다.
우드 톤의 커다란 공용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덕에 자리를 넓게 쓰며 편안하게 과제를 할 수도 있었다.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콘센트가 자리별로 있었고 매우 편해 보이는 소파 자리도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바닥까지 새겨진 나무 무늬가 지금이 봄의 계절임을 온몸으로 뽐내는 것 같았다. 예쁘게 꾸며 놓은 전신거울과 봄을 만끽하는 귀여운 화분, 하늘의 짙은 푸른색을 담은 타일까지 어느 하나 봄에 어긋나는 인테리어가 없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카페, 플레이리스트 맛집이다. 국내 인디 음악을 좋아한다면 이 카페는 더할 나위 없이 인상적인 영감을 줄 것이다.
캠퍼스 근처에서는 분위기 있고 눈 부신 햇살이 드는 카페를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나 학교에서 고작 15분 떨어진 곳, 자연과 사람이 뒤엉켜 평화를 그리는 성북천을 따라 걸으면 평화롭고 따사로운 햇볕이 드는 수많은 카페를 만날 수 있다. 부드러운 말차라떼와 포근한 채광, 감성 플레이리스트, 빈티지한 인테리어의 카페를 찾는 자에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곳을 추천한다. 주말은 이용 시간에 제한이 있으니 방문 시 유념하길 바란다.
오채원(디자인조형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