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4년 지났는데 ··· 일부 미화원 휴게실 악취·더위 여전
미화원 휴게실 개선 상황 점검 후속보도
시설 개선 노력 이어져
지하 휴게실 환기·악취 심해
“여름 대비한 에어컨·샤워실 필요”
2021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교내 모든 건물엔 미화원 휴게실이 설치돼 있다. 고대신문은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서울캠퍼스 일부 건물의 열악한 휴게 환경을 보도했다.(고대신문 2000호 ‘미화원 휴게실, 학교 노력에도 개선할 곳 많이 남아’) 그간 공간 확대, 에어컨·제습기 설치 등 꾸준한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악취·환기 문제와 샤워실 미비 등 개선이 필요한 공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차장 등 화재나 소음에 취약한 곳에 있거나 인근에 기본적인 샤워실과 화장실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오태호 경영지원팀 차장은 “미화 노동자 휴게 공간은 수시로 민원과 불편사항을 확인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근로자의 민원을 수시로 수용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2021년 이후 상당 부분 개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모든 사업장의 휴게시설 의무 설치 △세면·목욕·세탁·탈의시설 등 위생시설 제공 △휴게시설의 최소 규격·인원 기준이 법제화되면서 각 용역업체와 학교 본부는 환경 개선을 위해 힘써왔다. 우정간호학관은 2021년 주차구역 한 곳을 없애 휴게실을 확장했고 방충을 위해 출입문을 설치했다. 우정간호학관 미화원은 “개선 이전에는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워 벽에 박스를 붙여 단열했지만 지금은 에어컨도 잘 나오고 환기도 잘 된다”며 “특히 공간이 넓어지고 출근할 때마다 보이던 벌레들이 없어져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애기능생활관 휴게실은 지난해까지 1층 계단 아래 공간과 박스로 만든 3층 간이공간이 함께 사용됐다. 그러나 고대신문 취재 이후 1층에 휴게 공간이 추가로 마련되면서 계단 밑 공간과 새 휴게 공간에 냉난방기와 환풍기, 장판 등이 설치됐다.
지난해부터 공공운수노조도 개선된 휴게시설과 관련해 별도의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서재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고려대분회장은 “학교 측에서 열악하거나 지하에 위치한 휴게실에 공기청정기를 비치하고 지상으로 이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지난해를 기점으로 더 이상 휴게시설 관련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오재호 차장은 “미화 노동자 휴게 공간과 관련된 불편사항을 상시 접수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자 노력해왔다”며 “지난 1년 동안 노후 벽면 도색작업, 낙후 냉난방기 교체, 바닥 온열판넬 설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개선 효과 체감 못하는 곳도
많은 휴게실의 환경이 나아졌지만 여전히열악한 곳도 많다. 애기능생활관은 새 휴게실이 마련됐지만 미화원들은 여전히 냉방기구와 콘센트조차 없는 3층 간이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냉장고는 인근 여자화장실에 설치돼 있었다. 애기능생활관 미화원은 “새로 조성한 휴게실은 2평 남짓으로 좁은데다 남녀 4명이 함께 사용해야 해 불편함을 느낀 여성 미화원이 다시 3층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애기능생활관에서 장애인 미화원을 돕는 강모 씨는 “창고를 개조해 만든 새 휴게실은 환기구와 창문 모두 실내 공간을 향해 있어 냄새가 빠지지 않고 악취가 심하다”며 “허리가 아플 때 마지못해 들어가 있는 공간이지, 바깥 벤치에 앉아 있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상남정경관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휴게실 내부를 개선했지만 휴게실 천장을 지나는 오수관에서 심각한 소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상남정경관 미화원은 “노후 오수관 때문에 천장에서 배설물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겨 지난 2월 새로운 오수관으로 교체 공사했다”며 “교체한 뒤 1~6층 화장실에서 변기나 세면대를 사용할 때마다 철판 위로 돌이 떨어지는 듯한 충격음이 들린다”고 말했다. 정경대학행정팀은 “애로사항을 듣고 정경대학장과 공사업체가 함께 확인했지만 같은 소음을 듣지 못해 재발 시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마무리했다”며 “고려대 관리처와 협의해 일주일간 기술자들과 수시로 현장을 점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기 어려운 지하 휴게실
지하나 주차장에 위치해 환기·소음 문제에 시달리는 휴게실도 있다. 하나스퀘어는 지하 2층 주차장 귀퉁이 공간을 휴게실로 쓰고 있다. 수시로 들어오는 매연을 막기 위해 미화원들은 신문지와 박스테이프로 문틈을 임시로 막아뒀다. 하나스퀘어 미화원은 “자연캠 차량 대부분이 이곳에 주차하는 만큼 매연과 먼지가 심각하다”며 “용역업체에서 소형 공기청정기를 놔줬지만 넓은 공간 전체를 환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화원은 “4년 전부터 총무처에 중문 설치나 중형 공기청정기 교체를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학관 역시 지하 1층 주차장 옆에 휴게실이 있어 비슷한 불편을 겪고 있다. 산학관 미화원 선숙자(여·65) 씨도 “학교에서 3년간 공기청정기 두 대를 설치해 줬지만 공간을 완전히 환기하기는 어려워 매번 불편하다”고 말했다. 하나과학관 휴게실도 지하 2층의 중앙실험동물센터 옆에 위치해 환기와 냄새 문제를 겪고 있다. 하나과학관 담당 미화원은 “휴게실 내 샤워실의 작은 환풍기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늘 방 전체에 땀냄새가 배어 있다”며 “건물 자체 환풍시설까지 고장나면 중앙실험동물센터에서 나는 악취가 복도를 타고 휴게실까지 퍼진다”고 말했다. 오태호 차장은 “6월 초부터 관련 사항을 조사해 공조기 풍량 조절 등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홍학 ㈜에스텍에이스 관리소장은 “휴게실 공간 확보는 용역업체가 아닌 학교가 담당하는 사안”이라며 “지상 이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실제로 많은 휴게실이 지상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국제관 지하 2층 남자휴게실은 2021년 이후 침상이 새로 설치됐지만 여전히 화학 약품 냄새가 나고 공기 순환이 되지 않아 심한 냄새와 먼지가 발생하고 있다. 국제관 미화반장 박동엽(남·64) 씨는 “지하에 위치해 있어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선풍기를 계속 틀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학 소장은 “지난해부터 환기 문제가 제기된 것을 확인했으며 제습기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미래융합기술관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하수구 악취를 해결하지 못했다. 미래융합기술관 미화원은 “지난해 공기청정기가 새로 설치됐지만 하수구 악취는 여전해 직접 물을 뿌려 막는다”고 말했다.
폭염 대비 냉각·위생시설 갖춰야
에어컨이 부족해 한여름에 휴식을 취하기 힘든 휴게실도 많다. 하나스퀘어 지하2층 여자휴게실은 미화원들이 에어컨을 스스로 설치하고 유지보수 해왔다. 하나스퀘어 미화원은 “5년 전 2000년식 에어컨을 외부에서 주워다 설치했는데 지난해 총무처에서 이 에어컨이 있다며 새로 설치해주지 않았다”며 “지난해엔 직접 20만 원을 들여 수리했지만 현재는 온도 조절도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 다가올 여름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태호 차장은 “6월 초 냉난방기를 교체하겠다”고 답했다.
청소 후 흘린 땀을 씻어낼 샤워실 문제도 여전하다. 미화원의 주요 근무시간인 오전 5시부터 9시까지는 건물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여름철 미화원들은 극심한 더위 속에서 근무해야 한다. 공학관 미화원은 “청소를 마치면 속옷이 몸에 달라붙을 정도로 온몸이 땀에 젖는다”며 “건물당 샤워실이 하나씩은 있어야 하지만 자연캠은 샤워장 수가 전체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말했다. 하나스퀘어 미화원 황모 씨도 “샤워장은 건물에 아예 없고 화장실도 휴게실에서 한 층을 올라가야 해 땀을 닦을 때 매번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홍학 소장은 “여름철마다 샤워 공간 마련 요구가 나오지만 오래된 건물은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며 “이에 대해 학교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태호 차장은 “현재 인문캠은 SK미래관 샤워실, 자연캠은 정운오IT교양관 샤워실을 미화원들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샤워실이 있더라도 필요한 시기에 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문제도 있다. 우당교양관 미화원 박시영(여·62) 씨는 “땀이 많이 나 샤워가 꼭 필요한 여름엔 온수가 나오지 않아 냉수로만 샤워하고 샤워할 필요가 없는 겨울에만 온수만 나온다”고 말했다. 문과대 서관 휴게실도 샤워실 사용에 불편을 겪는다. 서관 미화원은 “미화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새벽 시간대엔 온수가 나오지 않아 매번 찬 물로 몸을 씻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학 소장은 “온수는 탱크에 저장된 일정량만 공급되기 때문에 미화원들이 아침 일찍 사용하면 이후 학생들이 쓸 온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과대학행정팀은 “외부에 새 샤워 공간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영지원팀과 기존 공간에서의 문제를 계속 듣고 처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글 | 김채이·백하빈·서윤주 기자 press@
사진 | 백하빈 기자 hpa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