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전문학교 문화 발전의 발자취를 조명하다
문화 발전에 힘쓴 5인 조명
“민족문화 연구에 더욱 힘써야”
지난달 30일 서울캠퍼스 강당 한국일보홀에서 개교 120주년 기념 근대교육연구소 2025년 춘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보성전문학교의 소프트 파워를 말하다’를 주제로 조형열(동아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노춘기(강남대 KNU참인재대학) 교수 등 5명의 연사가 근대 민족문화 운동을 이끈 보성전문학교 출신 인물들의 문화적 저력과 성과를 논의했다.
1부 첫 발표자로 나선 조형열 교수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시기의 대표적 종합잡지 <개벽>을 이끈 인문학자 차상찬의 문화·사회적 역할을 분석했다. 조 교수는 “창간 동인 대부분 번역 작업을 하거나 서구 근대 사상을 수용하는 글을 썼지만 차상찬은 조선인의 생활 등을 기록하며 조선의 근대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한 최초의 인물”이라며 “<개벽>을 통해 역사를 잘못 이끈 지배층을 고발하고 반역자를 재조명해 민중의 계몽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장정희 사단법인 방정환연구소 이사장은 ‘김기전·방정환의 어린이 운동 방향과 그 실천 방법’을 주제로 발표했다. 장 이사장은 “어린이 운동론의 역사는 천도교소년회 조직, 어린이날 제정, 소년운동 선언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이러한 역사는 유년의 인격에 대한 존중을 넘어 그들의 유·무상 노동을 금지해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2부에선 성기숙(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교수가 일제강점기 시대와 해방 후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린 무용가 조택원에 대해 발표했다. 성 교수는 “조택원은 식민지 조선 출신 예술가라는 한계에도 일본무용예술협회 현대부 이사장을 맡으며 일본 무용계 중진으로 급부상했다”며 “조택원이 정립한 독자적 춤 양식 ‘신무용’은 해방 이후에도 한국의 춤을 세계에 알리는 실마리가 됐다”고 평했다.
김남석(부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연극인 주영섭의 보성전문학교 학생 시절의 연극 활동부터 일본의 감시하에 집필된 친일 색채의 시나리오까지 분석했다. 김 교수는 “주영섭은 보성전문연극부에서의 활동을 시작으로 <밤주막>, <나루> 등의 작품에서 출연·연출을 이어갔다”며 “그의 창작 세계는 식민지 시대 지식인으로서 삶의 내적 다양성과 정서적 현실주의가 담긴 독자적 미학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엄태웅(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조택원에 대해 “주권을 회복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약소국의 예술가가 어떻게 세계 무대를 장악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성기숙 교수는 “조택원은 뛰어난 언어, 무용 능력으로 민족시인 정지용, 조병옥 전 내무부 장관 등 국내는 물론 전 일본 내각총리대신 기시 노부스케, 미국 현대무용의 대모 루스 세인트 데니스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인간관계를 형성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술대회에 참가한 권진경(대학원·국어국문학과) 씨는 “지금껏 보성전문학교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소설, 시, 잡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력 있는 문화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현숙 사단법인 차상찬기념사업회 이사장은 “10년 전부터 차상찬의 자료를 수집해 온 연구자로서 저와 같은 움직임을 보인 연구자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더욱 깊은 근대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김정린 기자 joring@
사진 | 안효빈 기자 light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