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첫 삽 뜬 인문관 … 2027년 3월 준공한다
공사비 약 252억 원 책정
문과대 사무실·강의실 우선 배정
시설 열악한 국제관 동아리실
6월 10일 인문관 기공식이 서울캠퍼스 자유마루와 인문관 부지 사이에서 열렸다. 2027년 3월 준공 예정인 인문관은 강의실 24실, 세미나실 7실, 교수연구실 38실, 대학원 연구실 6실, 협동과정실 4실과 학생 자치 공간, 상업 시설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그러나 7년 전 홍보관에서 국제관으로 공간을 이전한 문과대·체육국 소속 동아리들은 인문관 공간을 배정받지 못할 예정이다. 건축팀은 공실이 될 국제관 1층 공간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문관은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연면적 약 6947㎡(약 2100평) 규모로 건립되며 총공사비는 약 252억 원 소요된다. 주위 석조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현대 고딕 양식으로 건물 외관을 디자인하고 민주광장 쪽으로 출입구를 연결해 인근 공간과의 연속성을 높일 예정이다.
인문관이 완공되면 14개 학과가 속한 문과대의 만성적 공간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간 문과대 소속 학과의 강의는 운초우선교양관, SK미래관 등에서 열려왔고 교원 연구실 또한 캠퍼스 내 다른 건물에 마련돼 왔다.
기공식에 참석한 김재호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은 “고려대 발전의 중심에 인간 본연의 가치를 탐구하고 시대를 통찰하는 인문학이 있었다”며 “인문학 정신을 계승해 미래 세대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창출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희경 문과대학장은 “AI 시대에 인공지능을 더욱 의미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문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인문관이 인문학적 융합 인재 육성의 터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문관 공사가 본격 시작됐지만 수차례 지적된 학생 자치 공간 확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과대 소속 14개 학과는 인문관 지하 1층 공간을 배정받았지만 동아리는 인문관 공간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염재호 전 총장이 2018년 홍보관 철거식에서 홍보관을 사용하던 문과대 소속 학과·동아리와 체육국 소속 5개 동아리에 인문관 우선 입주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건축팀은 “정경대와 함께 사용한다는 건축 계획이 문과대 전용 공간을 조성하는 내용으로 바뀌면서 문과대 사무실과 강의실을 우선 배정했다”며 “건물 규모도 약 4000평에서 2100평으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인문관 공간 배정 논의에 체육국 소속 동아리는 참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혁준 스키부 주장은 “당시 동아리 회장단이 인문관 이전을 사전에 약속받았는데도 공간을 배정받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했다. 문과대 학생 대표자로 구성된 인문관TF의 송유진 팀장은 “홍보관에서 국제관으로 옮긴 단체들의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학교에 요구했으나 인문관 용도가 문과대 전용 공간으로 정해지면서 문과대 소속이 아닌 단체의 공간에 관해 협의할 수 없었다”며 “문과대 소속 동아리 역시 건물 규모의 한계로 공간을 배정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건축팀은 체육국 소속 동아리에 인문관 준공 후 공실이 될 국제관 1층을 활용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태권도부 박동민 주장은 “건축팀에서 제안한 내용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학생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활동하도록 최선의 대안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건축팀은 “문과대 소속 동아리와도 같은 대안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자치 공간 배정에 관해 균형 있게 조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홍보관 철거 후 국제관 지상·지하 1층에 입주한 자치 단체들은 열악한 환경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국제관 지하 1층 자치 공간을 사용하는 태권도부 박 주장은 “여름철 배관에 맺힌 이슬로 도장 바닥에 물이 고이고 여학생 샤워실의 외벽 아래쪽에서 물이 샌다”고 밝혔다. 지상 1층 학생회실을 사용하는 이혜원 국어국문학과 부학생회장은 “천장 누수가 심해 바닥에 물이 찰박거릴 때도 있었다”며 “과방을 폐쇄하면서 임시로 보수공사를 하고 있지만 매년 누수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김서연 사회학과 학생회장은 “천장에 달린 전등이 떨어진 적이 있었다”며 “국제관 학생회실의 안전 점검이 절실하다”고 했다.
글 | 박병성·윤지효·홍예원 기자 press@
사진 | 한예리 기자 dppf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