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을 읽고] 간결하게
2022호(2025년 6월 2일자)
굉장히 오랜만에 고대신문을 열어봤다.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났다. 취재도 꼼꼼하게 잘했고 분석력도 부족하지 않다. 대학생 기자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다만 아쉬운 점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다분히 기술적인 영역의 문제들이다. 대체로 글이 매우 길다. 지면을 열었을 때 눈앞에는 빽빽한 활자 숲이 펼쳐진다.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솔직히 ‘이 긴 글을 언제 다 읽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물론 13년 차 현직 취재기자인 나도 아주 잘 안다. 내가 열심히 취재한 내용을 지면에 모두 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글을 쓰는 내내 내가 취재한 어느 것 하나 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기사는 내가 만족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읽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기사를 쓰는 기자는 중복된 내용이 없는지 염두에 두고 간결하게 표현하려고 늘 노력해야 한다. 중앙일보 경제부장이 기자들에게 매일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독자가 이 글을 읽을지 말지를 사실상 결정하는 리드도 대체로 길다. 리드만 읽는데도 숨이 찬다. 글의 첫 문장부터 기자의 욕심이 팍팍 묻어난다. 두세 문장으로 간결하게 요약해 보자. 번뜩이는 비유가 들어가면 더 좋다. 인터뷰 기사라면 인상적이었던 멘트를 잘 가공해 봐도 좋다. 현장 취재 기사라면 현장의 생생함을 살리는 묘사도 괜찮다.
편집도 매우 아쉽다. 추측건대 편집 과정에서 넘치는 글을 줄이지 못하고 사진이나 그래픽의 크기를 줄였을 거다. 기성 신문들도 요즘 긴 글을 신문에 싣지 않는다. 사진을 크게 쓰고 다양한 일러스트를 넣고 기사를 읽는 데 도움이 되는 그래픽을 큼지막하게 배치한다. 그러려면 우선 글이 간결해야 한다.
긴 기사를 쪼개는 것도 방법이다. 2022호 6면 ‘공연 열기 점점 뜨거워지는데 오를 무대는 어디에’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자. 아주 취재를 잘한 분석 기사지만 너무 길어서 가독성이 떨어진다. 서울 시내 공연장 부족 문제를 지적하는 메인 기사와 별개로 대부분 공연이 스포츠 경기장에 의존하는 현실을 짚어주는 기사를 박스 형식으로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기사에도 잘 지적했지만 스포츠팬들의 불만도 크다. 선수들은 망가진 잔디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7면의 ‘만연한 브리더 사칭, 능력 검증·정보 공개로 해결해야’ 기사도 열심히 취재한 티가 난다. 본문의 글을 좀 줄이고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를 넣어 박스를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유명 사육사의 미니 인터뷰를 넣어도 좋았을 것 같다.
김원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