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횡단] 극장아, 여름을 부탁해

2025-08-03     이경원 기자
이경원 기자

 

  지난 7월 25일 정부가 ‘2025년 국민 영화 관람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영화관 입장권 6천 원 할인권을 배포했다. 지급 시간이 되자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의 일부 홈페이지나 앱에서 접속자가 폭주하며 사이트가 마비됐다. SNS에선 접속이 안 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티켓값을 6천 원만 내려도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실제로 배포가 시작된 직후 약 10만 명의 대기인원이 몰렸다. 

  나 역시 영화를 좋아한다. 별다른 일정이 없는 날이면 극장으로 가 최근 개봉작이나 재개봉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다. <양들의 침묵>을 보며 으스스한 범죄 현장에 빠져들고 얼마 전엔 <쥬라기 월드> 속의 환상적인 서바이벌 공간으로 던져지기도 했다. 영화 속 인물들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잠시 일상을 잊고 생생하게 몰입하게 된다. 단순히 좋았다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극장 불이 켜진 후에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도 있다. 왜 이 인물은 이때 이렇게 행동했을까? 왜 감독은 이런 결말을 선택했을까? 2016년 작 <데몰리션>이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과 같은 영화들이 그렇다.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영화에 빠져든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 극장가에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끊기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6천 원 할인권이 배포된 첫 주말엔 올해 여름(6~7월)을 기준으로 주말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하며 그 효과를 톡톡히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 이벤트가 극장가의 관객 수를 장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역시 가장 큰 벽은 가격 부담과 OTT 플랫폼과 비교되는 한정적인 콘텐츠양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일 영화관 티켓 가격은 1만 4000원,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는 1만 5000원이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현재 개봉된 국내 영화를 보면 값에 맞는 영화는 만들지 않으면서 가격만 올리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올해 400만 관객을 넘긴 국내 영화가 한 편도 없다는 것이 그렇다. 

  줄어드는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선 한국 영화 자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관객의 관심과 기대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는 우리의 일상을 다채롭게 만들고 좋은 경험을 안겨주는 힘이 있다. 앞으로의 극장가가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꾸준히 자리 잡을 수 있는 문화가 되길 바란다.

 

이경원 기자 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