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의 비밀, 포용에서 찾다
김진일(정경대 경제학과) 교수 NIF 해설 인터뷰
국가 간 격차 이유는 제도
쉬운 말로 풀어낸 경제학 난제
“포용의 중요성 배워가길”
제10회 Next Intelligence Forum(이하 ‘NIF’)이 ‘제도와 정치, 그리고 경제 성장’이라는 주제로 25일 오후 2시 서울캠퍼스 대강당 김양현홀에서 열린다. 이번 강연엔 사회제도가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앨런 로빈슨(James Alan Robinson, 시카고대) 교수가 연사로 나선다. 본지는 김진일(정경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제10회 NIF를 듣기 전 필요한 배경지식에 관해 물었다.
- 제10회 NIF 기획 배경은
“로빈슨 교수는 어떤 제도하에서 국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 연구해 왔습니다. 교수님께선 경제학이 제시할 수 있는 성장의 해답을 전 세계, 특히 한국 사회에 전달하고 싶어 하셨죠. 이달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오시는데 예일대 대학원 경제학과 동문의 연으로 강연을 부탁드렸습니다.”
- 로빈슨 교수의 업적은
“로빈슨 교수는 정치·사회제도가 국가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하고 체계적으로 논증한 첫 경제학자입니다. 그간 경제 성장을 위해 사회제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는데 좋은 제도가 경제 성장을 만드는지, 경제 성장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지 알기 어려웠죠. 로빈슨 교수는 한반도처럼 외생적으로 분단된 지역에서 경제 성장 격차가 나는 사례를 정교하게 분석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경제 성장에 유리하다는 주장을 입증했어요. 기존 정치경제학 이론을 한층 더 확장한 공로로 노벨상도 받으셨죠.”
- 강연 주제 선정 이유는
“로빈슨 교수는 유년 시절 아프리카에서 거주했고 지금도 아프리카 대학의 교수를 겸임하십니다. 이런 경험 덕에 아프리카와 대한민국의 차이를 오랫동안 고민하셨어요.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가 경제 성장을 이루지 못했지만 대한민국은 원조 대상에서 원조 주체가 된 전 세계 유일의 국가입니다. 제도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요소인 만큼 한국의 사례로 전 세계에 적용되는 이론을 제시할 수 있다면 경제학적 의의가 매우 커요. 이번 강연을 계기로 제도와 경제 성장의 관계를 주제로 함께 이야기하고 싶으신 듯합니다.”
- 강연에 앞서 필요한 경제학 지식은
“로빈슨 교수 연구의 핵심 개념인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와 착취적 제도 (extractive institution)를 이해하기 바랍니다. 포용적 제도는 특정 집단만 이익을 얻지 않고 누구나 경제 구조에 포함돼 이윤을 취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해요. 사유재산, 공정경쟁 등을 대표적인 예시로 볼 수 있고 국가의 민주성·다원성과도 연관이 깊죠. 반대 개념인 착취적 제도의 예로는 소수만 혜택을 누리는 노예 제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로빈슨 교수는 포용적 제도가 착취적 제도보다 경제 성장에 더 유리하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연구를 해 왔죠.
또 새로운 기술이 창조되면 기존의 기술이 파괴되는 현상인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개념도 알고 있으면 강연 이해에 도움이 될 겁니다. 포용적 제도하에서 창조적 파괴가 활발하기에 로빈슨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죠.”
- 중앙집권을 전제하는 포용적 제도도 있는데
“로빈슨 교수의 논증 중 가장 약한 고리입니다. 강력한 중앙집권형 국가가 포용적 경제 제도를 채택한 대표적인 사례가 박정희 정권이죠.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정치적 손실과 다수의 희생이 뒤따른 결과를 낳아 포용을 실천했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중국이나 아랍 에미리트처럼 현재 진행 중인 사례도 있기에 쉽게 결론 내리긴 어렵죠. 로빈슨 교수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포용적 제도의 다원성과 중앙집권의 비민주성이 충돌하는 여러 사례를 비교하며 연구하십니다.”
- 강연을 들을 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경제학이 학부생에게 인기 있는 학문은 아닙니다. 특히 거시경제학은 실생활과 거리가 멀죠. 그렇지만 로빈슨 교수는 정치학과에서도 강의하시기 때문에 어느 경제학자보다도 쉬운 언어를 구사하십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제학 연구는 몇 안 되는 만큼 다양한 학내 구성원이 참관할 NIF에 적절한 강의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강연을 들으며 포용적 제도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경제뿐만 아니라 기업을 운영할 때나 친구와의 관계를 맺을 때도 왜 포용적인 태도를 갖춰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학생들이 지식 습득에만 그치지 말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단서까지 배워가면 좋겠습니다.”
글 | 유병현 기자 bluehouse@
사진 | 배은준 기자 ag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