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운명 왜 갈렸나 … 노벨상 수상자가 알려주는 격차의 비밀
제10회 Next Intelligence Forum
국가 간 격차, 제도로 설명
경쟁 없인 지속 성장 어려워
“흔들리는 민주주의에 관심 가져야”
제10회 Next Intelligence Forum이 8월 25일 서울캠퍼스 대강당 김양현홀에서 열렸다. 정경대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포럼에선 제임스 앨런 로빈슨(James Alan Robinson,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제도, 정치 그리고 경제 성장’을 주제로 강연했다. 로빈슨 교수는 정치·사회제도가 국가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논증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강연에선 이른바 포용적 제도가 국가 간 경제 격차를 낳은 사례를 소개했다.
로빈슨 교수는 포용적 제도를 착취적 제도와 비교하며 설명했다. 그는 “사유재산권 보장이나 특허 제도처럼 기술적 혁신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사회 전체에 기회를 개방하는 포용적 제도가 경제적 번영을 부른다”며 “특정 계층이 자원과 기회를 독점해 소수만 혜택을 누리는 착취적 제도하에선 혁신이 제한돼 경제 성장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련과 중국의 사례를 분석하며 포용적 제도가 부재한 경제 성장은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소련은 초기 중앙집권화된 권력으로 경제 성장을 이뤘으나 착취적 제도의 한계에 부딪혀 붕괴했다”며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으로 *가정연산승포책임제를 도입하는 등 경제적 개방을 일부 이뤘지만 정치 제도가 여전히 착취적이라 경제 성장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로빈슨 교수는 남한과 북한을 예로 들며 경제 격차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는 비교적 최근 분단돼 지리·문화적 특성으로 경제 격차를 설명할 수 없다”며 “민주화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남한의 GDP는 포용적 제도가 경제 번영을 좌우했단 증거”라고 분석했다. 권위주의정치 체제 아래 경제 발전을 이룬 박정희 정권에 대해선 “경제 분야에만 선택적으로 포용적 제도를 채택했다”며 “운이 좋았다”고 평했다.
로빈슨 교수는 포용적 제도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단 점을 상기하며 강의를 마쳤다. 그는 “미국에선 포용적 제도의 성과가 특정 계층에 집중돼 저학력 백인 남성 계층을 중심으로 포퓰리즘이 인기를 얻었다”며 “긍정적으로 보면 민주주의의 조정일 수 있지만 필연적으로 사회적 혼란을 수반할 것”이라고 했다.
강연을 들은 이지안(정경대 행정23) 씨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감명 깊게 읽었는데 책의 핵심 개념을 저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며 “대한민국의 정책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채승병(대학원·정치외교학과) 씨는 “수준 높은 경제 연구를 복잡한 용어 없이 설명하신 교수님의 강연이 인상 깊었다”며 “연구할 때에도 친근한 언어를 구사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가정연산승포책임제: 가족 단위 농업 생산 체제로 최소 생산량을 제외한 잔여분의 자율 처분권을 부여한 중국의 개혁정책.
글 | 유병현 기자 bluehouse@
사진 | 최주혜 기자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