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실 줄고 연구실 느는 과도관, 소통 부족이 학생 불만 키웠다

2025-08-31     유병현·이경민 기자

교원 확충으로 연구실 부족

하나스퀘어에 대체 열람실 조성

“학습 환경 전반 개선하겠다”

 

교수 연구실 증축으로 과학도서관의 4층 열람실 A·B구역이 하나스퀘어로 이전한다. 사진은 열람실 A·B구역의 모습.

 

  고려대 서울캠퍼스 과학도서관 4층 열람실 A·B구역이 공과대·정보대 연구 공간으로 바뀐다. 자연계 교원 충원에 따른 연구 시설 부족을 해소하려는 취지다. 열람실을 자주 이용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습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리처 건축팀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공사를 개시하고 과학도서관 열람실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연구실로 바뀌는 과학도서관 열람실

  열람실 A·B구역이 있던 자리에 공과대 융합에너지공학과 연구 공간과 정보대 대학원 연구실이 들어선다. 원정연 관리처장은 “신생 학과가 많은 정보대에서 공간을 요청했다”며 “가운데 복도를 만들고 양옆에 융합에너지공학과 공간, 정보대 대학원생을 위한 공동 연구실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과대 행정팀은 “융합에너지공학과가 머물던 과학도서관 내 공간에 서버실이 들어오게 돼 4층 열람실 공간을 새로 배정받았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열람실 A·B구역을 대신해 하나스퀘어 산학협력단과 유니스토어 창고 위치에 대체 열람실이 조성된다. 초기에는 과학도서관 열람실 공사와 대체 열람실 조성이 동시에 진행돼 약 8주간 열람실이 줄 예정이었으나 학습 공간 부족을 우려하는 학생들의 이의 제기에 관리처는 계획을 수정했다. 건축팀은 “중간고사 기간과 겹쳐 발생할 학생 불편을 고려해 대체 열람실을 조성한 후 과학도서관 연구실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10월 중순 전 대체 열람실 완공이 목표지만 총학생회와의 의견 수렴 절차로 조금 미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2학기 중간고사 기간까지 열람실 A·B구역을, 이후 대체 열람실을 이용하는 셈이다. 건축팀은 “과학도서관 공사 중엔 가벽을 세워 열람실 C·D·E·F구역 통행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습 공간 축소 우려 확산

  열람실 A·B구역 개편은 7월 31일 건축팀, 도서관, 서울총학생회(회장=이정원) 시설국이 참석한 도서관운영위원회 임시회의에서 처음 논의됐다. 열람실 철거 및 대체 열람실 제공 계획도 처음 서울총학에 전달됐다. 공과대가 관리하는 과학도서관 4층 강의실 408·409·410호의 철거가 이뤄지던 중 열람실 공사 계획이 논의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열람실까지 폐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다. 장길수 공과대학장은 “해당 강의실은 열람실 이전과 별개”라며 “충원된 교원의 연구실을 위해 7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8월 말 6개의 공과대 교수 연구실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불만이 확산하자 서울총학은 8월 4일 관리처·학생처와 면담해 공청회 개최를 요청했고 열람실 철거와 대체 열람실 조성을 위한 학생 의견을 수합해 12일 관리처에 전달했다.

  연구실 신축은 자연계 교원 증가로 부족해진 연구 시설을 충원하려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현 정보대학장은 “늘어나는 신임 교원과 대학원생 수요에 비해 연구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연구 공간을 받지 못한 학생이 100명 이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공사로 불편을 겪을 열람실 이용자 수도 상당하다. 도서관 학술정보큐레이션팀에 따르면 공사가 예정된 열람실 A·B구역은 총 206석으로, 같은 건물 5층 열람실보다 규모는 작지만 시험기간인 지난해 4월 기준 월 이용자가 8000명이 넘을 정도로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김지헌(이과대 지구환경24) 씨는 “평소 안쪽보다 이동이 편리한 A·B구역을 자주 이용했는데 폐쇄된다니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원 관리처장은 “공사 계획 당시 열람실 이용률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5층보다 면적이 작은 4층을 차출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사라지는 열람실의 대안으로 제안한 하나스퀘어 대체 열람실 부지는 기존 과학도서관 4층 열람실 공간보다 약 20㎡ 더 작다. 강예담(공과대 신소재22) 씨는 “공간이 작아지는 만큼 기존과 비슷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햇빛이 들지 않아 기존 열람실만큼 쾌적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김 씨는 “대체 열람실은 냉난방이 자유롭고 소음·환기 문제가 없도록 설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총학은 하나스퀘어 대체 열람실 조성에 대한 의견을 수합하고 있다. 유현준 서울총학 시설국장은 “멀티탭 등 디지털 학습 인프라, 라운지 공간 효율성, 개별 냉난방, 강의실 개방 등 기존 학습 공간에 대한 학생 의견을 전수 조사해 관리처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 관리처장은 “설계상으로는 하나스퀘어에 조성될 열람실 공간이 열람실 A·B구역보다 10% 정도 작지만 유니스토어와 협상해 넓힐 수도 있다”며 “학생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공간 활용·소통 창구 개선해야

  도서관과 관리처는 이번 공사 이후 과학도서관 4층 열람실 C·D·E·F구역과 5층 열람실에 대한 환경 개선에 돌입한다. 원 관리처장은 “콘센트의 개수 등 시설 격차로 인한 열람실 이용률 불균형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며 “전력과 냉난방 문제 등은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개선하겠다”고 했다. 

  자연계 건물 강의실과 하나스퀘어 라운지의 야간 개방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건축팀은 “당장 이번 중간고사 기간엔 미리 잡힌 대관 일정이 있어 어렵지만 향후 하나스퀘어 전체를 24시간 개방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학교와 서울총학이 공간 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회의체도 마련될 예정이다. 한재민 서울부총학생회장은 공청회에서 “처음 공사 계획을 접했을 땐 학생 의견을 묻기 늦은 시점이었다”며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첫 논의 단계부터 학생 대표자가 참여해 계획을 파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처는 “학교 본부와 학생 대표자 간 협의체인 학사제도협의회에서 시설 관련 논의를 적극 이어 나갈 것”이라며 “총학생회와 관리처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관리위원회 소위원회 개설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글 | 유병현·이경민 기자 press@

사진 | 최주혜 기자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