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특파원] 호커 센터, 고물가 도시의 저렴한 식탁

호랭이특파원은 외국에 체류하는 고대생이 현지의 시사·문화를 일상과 연관지어 쓰는 코너입니다.

2025-08-31     김윤진(미디어대 미디어23)

 

  싱가포르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됐다는 소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했을 때 다들 비싼 물가를 걱정했다. 싱가포르 달러의 원 환율은 1000~1100원 사이로 원화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지만 식비 부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물가가 비싸다고 느낀다. 싱가포르에 도착한 날 제법 그럴싸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영수증을 보니 계산된 금액이 메뉴판에 적힌 것보다 훨씬 비싸 놀랐다. 싱가포르 음식점 대부분 판매가에 9%의 부가가치세(GST)와 10%의 봉사료를 추가해 요금을 청구한다. 소비자는 20%를 더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세금 안내는 보통 메뉴판 가장 밑에 작은 글씨로 고지돼 있어 처음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여행자는 당황하기 일쑤다. 모아둔 돈을 아껴 써야만 하는 유학생에게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타국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밥을 잘 챙겨 먹는 것이기에 ‘호커 센터’라는 해답을 찾아 끼니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호커 센터는 몇백 개의 음식점이 모여 있는 야외 푸드코트다.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 대신 실링팬으로 열기를 식혀야 하지만 GST와 봉사료로부터 자유로운 덕분에 카야 토스트, 치킨 라이스, 칠리크랩 등 싱가포르의 유명한 먹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호커 센터는 1970년대 싱가포르 환경부가 이민자들이 세운 노점상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정한 장소 내에 작은 가게를 입점시키며 탄생했다. 현재 싱가포르엔 국가가 관리하는 120여 개의 호커 센터가 있고 많은 싱가포르인이 그곳에서 일상적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다양한 인종 구성을 상징하듯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 여러 문화권의 음식도 맛볼 수 있다. 매일 점심, 저녁 시간 직장인으로 붐비는 호커 센터에서 줄을 서다 보면 나도 어느새 현지 풍경의 일부가 된다. 싱가포르에 온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알 수 없는 안정감을 느낀다. 그렇게 낯선 여행자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김윤진(미디어대 미디어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