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Fill My Rhythm

2025-08-31     김준희 사진부장
김준희 사진부장

 

  드럼은 대표적인 타악기로 곡의 박자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드럼이 만드는 강렬하고 규칙적인 소리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박자를 타게 해준다. 드럼의 무게감과 경쾌한 소리, 화려한 몸동작에 매료돼 배우게 된 드럼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즐기고 있는 취미다.

  드럼 연주에서 가장 화려한 부분을 꼽자면 필인(Fill-in)을 빼놓을 수 없다. 필인은 곡의 멜로디 라인 중에서 빈 부분에 연주자가 즉흥적으로나 의도적으로 애드리브처럼 채워 넣는 것을 말한다. 네 마디가 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과정에서 드럼 연주는 세 마디의 기본 리듬과 한 마디의 필인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인은 다음 패턴으로 넘어가기 전 분위기 전환의 역할을 하므로 듣는 사람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필인은 기본 리듬에 비해 연주자의 창작력을 요구한다. 악보대로 치는 것은 ‘멋없는’ 필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대로 필인을 만드는 것은 드럼의 여타 기술들보다 내겐 훨씬 어렵다. 2~3초의 한 마디를 스스로 채워보는 일은 항상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무언갈 마음대로 만들어내는, 시행착오를 겪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게 낯설기 때문이다. 드럼 세트에 올라간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세 번째 마디가 끝나고 네 번째 마디에 들어갈 때 느끼는 긴장감, 손에 생기는 땀은 여전하다. 

  드러머로 오른 여러 차례의 공연에서 필인을 성공한 적도, 리듬마저 실수한 적도 많았다. 어릴 땐 열심히 구상해 둔 필인을 실수할까 봐 아예 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필인을 통해 만드는 나만의 한 마디는 그 시작이 어렵지만, 첫 시도를 성공한 뒤에는 짜릿한 성취감이 따라온다. 실패가 걱정돼 시도조차 못 하던 필인을 끝내 만들어냈을 때, 도전의 성공이라는 만족감을 얻는다. 그 순간의 성취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다음의 도전에 힘을 실어준다. 드럼 앞에 앉을 때면 여전히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지만, 그것이 곧 내가 드럼을 여전히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준희 사진부장 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