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광장] 208. 수업시간 스마트폰 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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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원활한 교육 활동을 위해 수업 중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조치란 비판이 일고 있다. 공교육 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에 관한 고려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학생 성장 돕는 현명한 금지 - 장유진(사범대 국교24)
8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부터 초·중·고등학교 수업 중 휴대전화 등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 교육 목적 사용, 긴급 상황 대응 등에는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이번 입법이 학생 스스로 스마트기기 사용을 조절할 기회를 뺏고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반발도 있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10년 만에 휴대폰 수거가 인권 침해가 아니라며 입장을 바꾼 것은 입법 찬성 측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학생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약하더라도 이제는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스마트기기 과의존을 제도적으로 끊어내야 할 때다.
청소년의 스마트기기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입법 배경에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돼 있다. 여성가족부의 2025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 습관 진단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초4·중1·고1)은 21만3243명이었다. 많은 학생이 스마트폰의 중독성에 잠식됐기 때문에 자율 절제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스마트기기 사용이 학생의 집중력을 떨어뜨려 교사의 수업 진행을 방해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수업 중 몰래 스마트기기로 학습과 무관한 일을 하는 학생이 많다. 현직 교사들은 수업 중 스마트기기 소리가 나 수업의 흐름이 자주 깨진다고 토로한다. 심지어 스마트기기로 교사나 다른 학생을 몰래 촬영하다 문제가 되기도 한다. 교실에는 수십 대의 기기가 존재하게 됐지만 교사 한 명이 이를 모두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다. 교사의 제재 대다수가 일시적 효과에 그쳐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 근거를 법률로 명시해 교사의 지도에 힘을 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이번 개정은 학생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스마트기기 과의존 문제를 개선하고 학습 환경을 보호하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교육 목적과 긴급 상황에는 예외를 두고 있는 만큼 이 법이 단순 통제가 아닌 학생의 건강한 성장과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리라 기대한다.
법적 금지가 정답은 아니다 - 김민지(미디어대 미디어23)
전 세계가 청소년기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우려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스마트기기 금지법을 택했다. 법으로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는 문제는 학생 인권과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 등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지만 이번 입법 과정에는 그러한 절차가 부재해 아쉬움이 남는다.
스마트폰 사용 제한 조치는 학생이 자기 통제력을 길러 학습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일률적인 금지가 실제로 통제력 향상에 기여하는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하교 후에도 미디어 환경에 끊임없이 노출되기에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일괄 수거하거나 사용을 강제로 막는 방식만으로는 장기적인 행동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생이 자신의 의지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조절하도록 유도하거나 규칙 형성 과정에 참여했다고 느낄 때 교육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미 많은 학교에서는 자체 학칙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2023년 개정된 교육부고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제4조에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어 이미 교원이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관리할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입법은 오히려 불필요한 경직성을 불러올 수 있다. 제도에 기반한 자율 조정은 대화와 합의를 전제하지만 법적 규제는 처벌과 단속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입법 과정의 의견 수렴 역시 아쉽다. 이번 국회 논의 과정에는 학생의 목소리를 듣는 공식적인 자리가 없었다. 스마트폰 사용 제한은 학생의 학습 환경뿐 아니라 일상적 권리, 자율성과 직결된 사안이지만 당사자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법안 통과 후 경남청소년유니온 등 청소년 단체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법 시행이 확정된 만큼 앞으로는 학생이 제도의 필요성을 납득하도록 교육적 설득을 보강해야 한다. 단순 금지는 반발과 보상 심리에 따른 역효과를 피하기 어렵다. 또 사교육 과의존, 단조로운 수업 방식 등 학생의 집중력을 약화하는 주요 원인은 여전히 남아 있기에 스마트폰 규제 외 학생의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