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을 읽고] 면도날 같은 날카로움으로
2024호(2025년 9월 1일자)
14세기 영국 논리학자 윌리엄 오컴은 이렇게 말했다. “필요하지 않으면 많은 것을 가정하지 마라” 불필요한 가정은 면도날로 잘라내고 가장 단순한 설명을 채택한다. ‘경제성의 원리’라고도 불리는 이 이론은 ‘오컴의 면도날’이다.
신문사 데스크가 기자의 글을 수정하는 ‘빽’ 과정도 이 이론을 따른다.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문장이 여러 개라면 가장 단순하고 짧은 문장을 고른다. 문장이 늘어지면 면도날로 자른다. 2024호에도 그런 면도날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헤드라인부터 살펴보자. 지면 기준 기사 헤드라인 13개 중 7개가 ‘키웠다’, ‘부여한다’ 등 ‘~다’ 체로 끝난다. 헤드라인에선 핵심과 간결성이 우선이다. ‘한다’는 말이 없어도 의미가 전달된다면 삭제해도 된다. 간결한 헤드라인만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대신문만의 면도날이 기획과 구성도 건드려주길 기대해 본다. 산림 재해와 동식물 터전 문제를 다룬 학술 기획은 원인과 현황을 충실히 짚었지만 ‘왜 고대신문이 이 주제를 다뤄야 하는지’가 충분히 설득되지 않았다. 이는 주제의 중대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고대신문의 정체성은 ‘고려대’, ‘청년’, ‘신문’으로 구성된다. 기자와 데스크는 소재의 중요성과는 별개로 고려대 구성원 혹은 청년을 몰입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기존 기사와의 차별점, 독자층 소구 방안 등을 고민하는 그 과정이 면도날을 날카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과도관 열람실을 다룬 1면 기사는 기사 구성이 아쉽다. 헤드라인에선 소통 부족이 학생 불만을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1면은 학교 관계자의 인용으로 가득 찼고 학생 인용은 2면에야 나온다. 기존 열람실 규모와 이용률, 대체 열람실의 규모와 현황처럼 중요한 내용, 즉 심각성을 알리는 정보가 죄다 뒷부분에 있으니 2면까지 읽어야만 비로소 현상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원인, 과정, 대안보다 현상의 심각성이 먼저다. 기자가 독자에게 사안의 중요성만 이해시킨다면 독자는 기꺼이 기사를 끝까지 읽는다.
독자로서 ‘사람들’ 인터뷰 기사를 가장 재밌게 읽었다. 인터뷰이의 삶도, 이야기도 즐거웠다. 다만 “유년 시절부터 연극, 문학에 흥미”보다는 “국내 최초 드라마투르그” 같은 부제가 독자의 시선을 더 끌지 않았을까.
QR 코드로 더 많은 기사를 볼 수 있게 한 점, 인포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매주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영상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날카로움이라는 한 끗만 더해주길 기대해 본다.
임예영(미디어대 미디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