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특파원] 바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로마의 하루

호랭이특파원은 외국에 체류하는 고대생이 현지의 시사·문화를 일상과 연관지어 쓰는 코너입니다.

2025-09-07     조수민(사범대 영교22)

 

  한 사람이 1년에 405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한국은 독특한 카페 문화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카페에 앉아 공부나 업무를 하며 오랫동안 머물고 친구와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눈다. 반면 로마의 카페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탈리아에서 카페(caffè)는 커피 그 자체를 의미하고 보통 에스프레소를 일컫는다. 커피를 주문하고 마시는 공간은 바(bar)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인에게 바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을 넘어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공간이다.  직장인, 학생부터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 노인까지 모두 바에서 하루를 시작하기에 매일 아침 곳곳의 바가 붐빈다. 한겨울에도 커다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해 가는 한국과 달리 이탈리아에선 사람들이 바에 몇 분간 서서 뜨거운 카푸치노나 에스프레소에 이탈리아식 페스츄리인 코르네토(cornetto)를 금세 적셔 먹고 나가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머무는 시간은 짧지만 매일 들르니 바리스타도 단골의 취향을 외운다. 특히 오래된 바에선 바리스타와 손님이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눈다. 

  저녁이 오면 바는 아페리티보(aperitivo)의 공간이 된다. 아페리티보는 해피 아워와 유사한 개념으로 저녁 식사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해 오후 5~8시쯤에 식전주와 간단한 안주를 즐기는 문화다. 사람들은 퇴근 후 다시 바에 들러 스프리츠(spritz), 와인, 맥주 등을 마시며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에너지를 충전하던 곳이 저녁에는 사람들과 즐거운 여가를 보내는 공간이 된다. 한국의 카페가 많은 일에 집중할 공간을 제공한다면 이탈리아의 바는 활기 넘치는 교류의 장소로 기능한다. 로마에 방문한다면 유명 관광 명소 인근 카페보다 현지인들로 붐비는 바에서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는 아페리티보를 즐겨 보길 권한다. 투어 가이드의 설명이나 비싼 박물관 입장료 없이도 이탈리아의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조수민(사범대 영교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