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졸띠] 바쁜 일상 속 특별한 휴식 공간
145. 조치원 '호머'
나는 카페인을 원동력 삼아 반복되는 피곤한 나날을 버티곤 한다. 평소에는 학교 근처 카페나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지만 마음이 유독 힘든 날에는 조치원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카페 ‘호머’를 찾아간다. 기차 소리가 들리는 조치원역을 지나 삼일아파트 단지 입구에 다다르면 작은 상가가 보인다. 화려한 간판을 자랑하는 가게 사이에서 유일하게 간판 없이 조용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곳이 바로 호머다.
카페에 들어서면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이 나를 반겨준다. 음악과 어울리는 각양각색 책이 꽂힌 책장,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LP판과 액자는 호머가 여느 카페와 달리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에 남는 이유다. 해가 지고 어두운 밤에 이곳을 방문하면 내부 조명이 공간을 고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분위기로 만들어 준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해가 진 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호머에 가면 사장님 추천 메뉴인 필터 커피와 티라미수를 꼭 먹어 봐야 한다. 사장님이 손수 정성스럽게 내린 필터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면 커피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과일 향이나 견과류 맛이 의외로 조화를 이룬다. 지금까지 카페인 수혈을 위해 아메리카노만 마셨던 사람은 분명 그 맛과 향의 깊이에 놀랄 것이다. 이곳의 드립 커피는 커피가 단지 피로를 달래주는 음료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곳의 티라미수는 빵으로 된 시트 대신에 얼린 에스프레소가 들어가 특별하다. 깊고 진한 커피의 풍미와 과하지 않은 단맛은 하루종일 받은 스트레스를 부드럽게 녹여준다. 함께 나오는 크래커를 곁들여 먹으면 강의로 인한 피로와 과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만의 특별한 공간에서 휴식을 원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런 날에 이곳으로 휴식을 취하러 오는 것은 어떨까? 강의 대신 재즈 음악을 듣고 아메리카노 대신 필터 커피를 마시며, 힘겨운 과제 대신 조용히 사색에 잠긴다면 지친 하루를 딛고 일어나 다시 일상을 달릴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권률(문스대 문예창작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