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쌀롱] K팝의 세계화를 입증한 ‘Kpopped’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평론가들의 비평과 감상을 전합니다.

2025-09-15     소승근 음악 평론가·음악 웹진 이즘(IZM) 대표
소승근 음악 평론가·음악 웹진 이즘(IZM) 대표

  애플TV가 지난 8월 말에 공개한 <Kpopped>는 보면서도 믿기 힘든 프로그램이다. K팝 가수들과 협업을 이룬 아티스트들이 우리의 심장박동수를 끌어올릴 정도로 그 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마 다수의 젊은 세대와 팝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이 해외 가수들이 얼마나 유명한지 감이 안 잡히겠지만 그들은 팝 역사에 진하게 기록된 인물들이다. 이 글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요 팝스타들에 대한 가벼운 가이드다.

  에이티즈, 컬럼비아의 라틴 팝 가수 제이 발빈(J Balvin)과 함께 한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는 1980년대 후반에 ‘I Should Be So Lucky’, ‘The Loco-Motion’, ‘Especially for You’로 인지도를 획득한 호주 여가수로 1990년대에는 주로 영국과 유럽에 무게 중심을 옮겨서 활동하다가 2001년에 공개한 ‘Can’t Get You Out of My Head’로 다시 미국 빌보드 차트에 복귀했다. 현재 마돈나(Madonna)처럼 존경받는 댄스 팝 여가수로 등극한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도 등장해 노래를 불렀다.

  있지와 무대를 공유한 스파이스 걸스는 현재 K팝 걸그룹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영국의 5인조 팀이다. 서로 다른 성격과 이미지를 가진 멤버들은 ‘걸 파워’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당당한 여성상을 구현해 1990년대 후반에 여성들로부터 지지를 얻었고 페미니즘 진영도 환영했던 그룹이다. 1996년에 공개한 데뷔곡 ‘Wannabe’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을 정복했고 ‘2 Become 1’, ‘Say You’ll Be There’, ‘Mama’, ‘Spice Up Your Life’ 등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차트를 휩쓸었다. 걸크러시의 시작은 스파이스 걸스다.

  벨기에, 브라질, 미국, 인도 출신의 멤버들로 구성된 다국적 K팝 걸그룹 블랙스완과 호흡을 맞춘 보이즈 투 멘은 1990년대를 평정한 4인조 알앤비 보컬 그룹이다.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이 특별한 조합은 다인종, 다국적 그리고 세계화 되고 있는 K팝을 상징한다. 보이즈 투 멘이 보유하고 있는 5곡의 빌보드 넘버원이 1위에 머문 주를 모두 합치면 50주로 그만큼 이들은 긴 호흡으로 차트 정상을 지켰다. 살벌한 갱스터 랩과 선정적이고 혼탁한 알앤비로 점철된 1990년대에 이들은 촌스러울 정도로 고전적인 보컬 그룹의 명맥을 이어 기성세대로부터도 선택받았고 1990년대 대한민국의 알앤비 인기에 도화선이 됐다. 

  걸그룹 케플러와 합동 무대를 펼친 래퍼 바닐라 아이스(Vanilla Ice)와 가수 테일러 데인(Taylor Dayne)은 1990년을 전후한 시기에 인기를 얻은 뮤지션 퀸과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함께 부른 ‘Under Pressure’의 베이스 리프를 샘플링한 바닐라 아이스의 ‘Ice Ice Baby’는 빌보드 싱글차트 최초로 정상을 차지한 랩 노래라는 영광을 보유하고 있다. 1987년에 ‘Tell It to My Heart’로 데뷔한 테일러 데인은 백인이지만 소울풀한 가창력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일군 디바로 1곡의 빌보드 넘버원과 5곡의 탑 텐을 배출한 대표적인 블루 아이드 소울(흑인 창법으로 노래하는 백인 가수) 여가수다. 

  K팝 걸그룹 빌리, 미국의 여성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과 호흡을 맞춘 패티 라벨(Pattie LaBelle)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놀라운 인물이다. 1960년대부터 가수 활동을 해온 81세의 패티 라벨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가수 중 한 명으로 영화 <물랑 루즈>의 주제곡으로 사용된 ‘Lady Marmalade’의 오리지널 가수이자 래퍼 넬리(Nelly)와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멤버였던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가 함께 불러서 2002년에 10주 동안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던 ‘Dilemma’에 샘플링 된 ‘Love, Need and Want You’의 주인공이다. 60년 이상 리듬 앤 블루스와 재즈, 가스펠 진영에서 획을 그은 패티 라벨은 흑인음악의 모든 영역 안에서 영생하는 위대한 디바다.

 

소승근 음악 평론가·음악 웹진 이즘(IZ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