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특파원] ‘정원 도시’ 싱가포르의 자연 친화적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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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중심지에는 서울만큼 고층 건물이 많지만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도시 곳곳에서 사계절 내내 푸르른 식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 한복판의 공원, 높은 빌딩 위 나무들 덕분에 도시 전체가 거대한 정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가 탄생한 배경에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 도시 개발이 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의 자치주였으나 1965년 영국 식민 통치의 여파로 연방에서 추방돼 갑작스러운 독립을 맞았다. 초대 총리인 리콴유(李光耀)는 슬럼화된 도시를 재정비하며 ‘가든 시티(Garden City)’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경제 개발에 힘쓰면서도 도심 녹지를 조성해 국민의 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외국 자본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꾸준히 행해진 나무 심기 캠페인 덕분에 싱가포르에 심어진 나무는 1975년 15만 그루에서 2014년 140만 그루가 됐다. 정부는 2008년 신축 건물과 대규모 중축 공사에 친환경 건축 인증을 법적 의무화했고 2009년부터는 개발로 사라진 녹지를 건물에 복원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에 건물의 옥상 정원이나 벽면의 덩굴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깨끗하고 현대적인 도시에서 적도의 싱그러운 자연까지 느낄 수 있어 싱가포르는 관광객으로 항상 북적인다. 연 6770만 명가량이 오고 가는 창이 공항에서도 자연 친화적 건축으로 조성된 정원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공항과 연결된 ‘쥬얼 창이(Jewel Changi)’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인공 폭포와 5층 규모의 정원으로 관광 명소가 됐다.
인공 녹지를 조성하며 생태계 파괴와 관리 비용 증가 등 지속 가능성 문제가 대두하자 싱가포르 정부는 2020년 ‘시티 인 네이처(City in Nature)’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도시의 40%를 녹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도시에 정원을 가꾸는 데서 나아가 인간과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싱가포르가 기후 위기 속에서 도시 발전과 자연 보호 간 딜레마를 어떤 창의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갈지 주목할 만하다.
김윤진(미디어대 미디어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