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으로 트렌드 좇고 콘텐츠 지평 넓히다

2025 학술고연제 명사 초청 강연

2025-09-21     이경민 기자

시장 변화 발맞춘 콘텐츠 전략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어야”

 

김태호(신문방송학과 94학번) PD는 “트렌드를 파악하면서도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2025 학술고연제 3회차 명사 초청 강연이 지난 17일 고려대 서울캠퍼스 과학도서관 5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연사로 나선 김태호(신문방송학과 94학번) PD는 ‘트렌드를 이끄는 힘, 무한도전부터 TEO’를 주제로 콘텐츠 시장의 20여 년 변화를 짚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김 PD는 TV에서 OTT로의 시장 이동에 주목했다. 그는 “TV는 더 이상 콘텐츠 시장을 지배하는 매체가 아니”라며 “사람들은 휴대전화로 언제든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했다. 변화한 콘텐츠 시장에 발맞추려면 기존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누가 제작자와 출연자인지에 따라 방송의 성패가 달렸다”며 “지금은 프로그램의 첫 회 반응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므로 시청자의 반응을 즉각 끌어내는 콘텐츠 자체의 재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PD는 많은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예시로 들며 프로그램 제작 목표 다양화에 주목했다. 그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시청률이 3%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며 “이제는 시청률뿐만 아니라 화제성 등의 요소를 함께 고려해 프로그램을 송출할 플랫폼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 구조 다변화에 대해서는 “제작사가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이전과 달리 콘텐츠 시장이 확장하면서 광고, 투자, 유통을 고루 고려한 수익 회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김 PD는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13년간 제작하며 체감한 트렌드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개성, 제작진의 고민, 시청자 피드백이 맞물려 탄생하고 성장한 프로그램”이라며 “리얼 버라이어티 수요를 확인하고 그에 걸맞은 특집을 많이 제작한 덕에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프로그램이 오래도록 사랑받으려면 유행에 편승하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게임이나 코너를 철저히 준비해 웃음을 선사하는 방송보다 준비 없는 극단적 리얼리티 방송이 인기를 구가하는 변화를 겪었다”며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준 노홍철 씨가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라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사 TEO의 대표이기도 한 김 PD는 앞으로 기존 예능의 공식을 깨는 실험적인 콘텐츠를 다루기 위해 “직접 나서 프로그램을 지휘하기보다 후배 PD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고려대 후배들에게는 자신이 가진 장점을 믿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언론고시 스터디를 할 때 신문 읽는 게 힘들고 성적도 낮아 주눅들었지만 결국 MBC 입사에 성공했다”며 “과정이 힘들어도 고민과 열정을 꾸준히 쌓는다면 기회가 분명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강연을 들은 설은선(공과대 신소재22) 씨는 “콘텐츠 업계의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박민주(미디어대 미디어22) 씨는 “김태호 PD를 존경해 미디어학부 입학을 목표했다”며 “만나 뵙고 콘텐츠 시장 안팎의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글 | 이경민 기자 meaning@

사진 | 한예리 기자 dppf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