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졸띠] 연인들은 신안저수지에서 사랑을 틔운다
147. 조치원 ‘신안저수지’
신안리는 귀신이 보이는 마을이라는 지명 탓에 스산한 동네라고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홍익대 후문 상권과 연결돼 맛집과 카페가 즐비한 번화가다. 그 중 ‘신안저수지’는 신안리에 방문한 연인들의 필수 코스다. 그들은 저수지의 벤치에 앉아 반딧불 같은 조명 아래 밀회를 즐긴다. 그 덕에 나는 홀로 산책할 때마다 사랑을 속닥이는 연인들을 보며 쓸쓸함을 느끼고는 한다.
세종e편한세상 아파트단지 외곽을 둘러 가다 보면 왼쪽에 도무지 입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어두컴컴한 길이 나 있다. 풀숲을 헤치고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으스스한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반짝이는 별세계 같은 저수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저수지를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다. 저수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리에는 꼬마전구가 달려 있는데 이곳이 신안저수지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이다. 전선마다 줄줄이 달린 꼬마전구가 물에 그대로 비쳐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풀벌레는 적막을 해치지 않을 만큼만 찌르르 소리를 내며 조용히 운다.
저수지 근처에는 품질이 훌륭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가게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카페 ‘단콩’을 추천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달콤하고 짭짤한 크림을 얹은 커피나 홍차다. 이것을 주문하면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한 장면처럼 거품 키스를 체험할 수 있다. 케이크와 스콘도 훌륭하니 디저트도 함께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특정한 삶의 양식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곳의 연인들은 현명하게도 자기만의 속도를 찾아 사랑하고 있다. 정신없이 쇼핑센터를 배회하며 누가 더 상대를 위한 물질적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지 그릇된 시험을 계속하는 인터넷 속 연인의 모습과 달리 저수지를 거닐며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연인들 풍경이 꽤 아름다워 보인다. 물론 혼자나 친구, 가족과 함께 신안저수지에 가 반짝이는 풍경을 감상해도 괜찮다. 다만 어딘가 쓸쓸해지는 가슴 한편을 모른 척할 수 있는 당당함이 필요할 것이다.
이수아(문스대 문예창작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