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신생아 육아 후의 소회
‘냉전’(冷箭)은 숨어서 쏘는 화살이란 뜻으로 고대신문 동인이 씁니다.
출산 후, 한 달이 지났다. 나는 몰랐다. 인간의 아이가 이렇게 생존능력 제로인 상태로 태어나는지. 신생아는 대체로 2~3시간마다 밥을 먹고 하루 14~18시간을 잔다. 부모의 하루는 스물네 시간 비상대기조로 돌아간다. 아기가 깨서 울 때마다 수유해야 하고 잠든 이후 4시간이 넘으면 깨워서 먹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탈수 혹은 저혈당에 빠져 위험해질 수 있다. 수유 후에는 수직으로 안아서 트림도 시켜야 한다. 신생아는 위와 식도가 짧고 음식물이 위에서 식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위장과 식도 사이를 조이는 괄약근 힘이 약하기 때문에 트림을 시키지 않으면 토할 수 있다.
지난 한 달은 그야말로 나의 욕구와 본능을 모두 내려놓고 아기의 생존을 위해 24시간 돌보는 삶이었다. 반려동물도 키워보지 않은 입장에서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임신 기간부터 걱정이 많았지만 부모의 본능은 무서웠다. 닥치니 어떻게든 하게 되더라.
지난 한 달을 돌이켜 보며 인간은 누구나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 적어도 생후 수년간 지극한 보살핌과 사랑 속에서 컸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갓 태어난 아기의 뇌 크기는 성인과 비교해 약 2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골반이 좁아져 큰 머리가 산도를 통과하기 어려운 까닭에 뇌 발달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수준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의 뇌는 생후 첫 해 돌까지 성인의 약 60% 크기까지 자라며, 생후 3세까지 뇌 발달의 약 85%가 완성된다. 미숙한 뇌 기능을 가지고 태어나, 생존능력이 사실상 0에 수렴하는 아기가 성인이 되기까지 끊임없이 지켜보며 보살펴주는 누군가가 없었다면 생존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사실을 느끼고 나니 인간에 대한 존중과 경애심이 절로 생겼다.
또한,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기다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다. 아기를 키우는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아기는 가끔 이유 없이 울고 보채는데, 신기하게도 편안히 기다려주면 스스로 진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먹다가 잠들어 버릴 때도 담담하게 귀나 발을 만지면서 기다려주면 어느새 깨어나서 스스로 먹었다. 중요한 것은 재촉하지 않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앞으로도 신생아를 육아하며 깨달은 이런 마음을 잊지 않고 사람을 대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