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특파원]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이탈리아 성당
호랭이특파원은 외국에 체류하는 고대생이 현지의 시사·문화를 일상과 연관지어 쓰는 코너입니다.
2025년은 가톨릭교에서 25년 만에 돌아오는 정기 희년(Jubilee)이다. 전 세계 가톨릭 순례자는 회복과 해방의 해인 희년을 기념하기 위해 로마의 주요 성당을 찾고 구원의 통로로 여겨지는 성문을 통과한다. 지난달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희년을 맞아 교황을 만나러 온 청년 순례단을 보기도 했다. 커다란 국기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청년들을 보며 도시 한복판에서 세계적인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로마 길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성당이다. 웅장한 대성당은 화려한 천장화를 보기 위해 모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작은 성당에서는 예배나 결혼식을 올리는 현지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골목 곳곳에도 성모 마리아상이나 성인의 그림 앞에 꽃과 촛불이 놓인 작은 제단들이 늘어서 있다.
믿는 종교가 없기에 처음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는 성당, 수도자, 제단 등 종교적 상징물이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러 지역을 방문하며 성당이 단순한 예배 공간을 넘어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은 성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졌고,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대성당은 성 마르코의 유골을 봉안하기 위해 건립됐다. ‘두오모’라고 불리는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은 르네상스 시대의 뛰어난 예술과 건축 기술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탈리아의 성당들은 다양한 건립 배경부터 제작 과정까지 고유한 이야기와 도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또 성당은 종교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의 광장을 형성하기도 한다.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 피렌체의 두오모 광장처럼 성당 앞 광장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모여 교류하는 장소다. 최근 바티칸에서는 무료 콘서트와 드론 쇼가 열려 수만 명이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이처럼 이탈리아의 성당은 종교를 넘어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조수민(사범대 영교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