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혐오할 자유, 멍청한 애국

2025-09-28     고대신문

  ‘짱개, 북괴, 짱개, 북괴 …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빨리 꺼져라’

 

  12.3 비상계엄 이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자칭 애국 청년들이 서울 곳곳에서 극단 발언을 배설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옹위로 시작한 시위 양상이 혐중으로 변한 것이다. 소란이 반복되자 경찰은 관광객이 주로 찾는 명동에서의 집회 제한을 통고하기도 했지만 중국대사관 근처, 대림동 등에서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중국인처럼 보이는 관광객에게 “공산당원이 한국에 온다”며 위협을 가하고 정당화하는 등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자유 수호’, ‘공산 세력 척결’이라는 호기로운 명분은 무지성 반감 표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공유하는 문제의식 자체가 ‘망상’에 기초한다.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는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지 못한 국민의힘마저 언급을 피하는 ‘중국공산당의 선거 개입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집단강간 살인범 의혹’ 피켓 내용도 2년 전 대법에서 허위로 판명났다. 애당초 믿고 싶은 것을 믿기 위해 믿을 뿐 믿음과 다르면 ‘조작’으로 치부하면 그만인 사고 회로다.

  애국심 자체도 잘못된 좌표 위에 있다. 자유의 가치를 되새겨 중국공산당과의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선전하지만 시위 탓에 ‘대만 국적’ 점주의 음식점 매출이 떨어졌다. 명동 건물주 100여 명이 참여한 명동관광특구협의회는 국격을 떨어뜨린다며 시위 제한을 요청했다. 외국 손님으로부터 국부를 창출하는 관광·자영업 훼방이 어떻게 애국일 수 있나. 시위의 정치적 목적이 주의주의에 기초하고 방식은 똑똑하지 않으며 광기를 마구 드러낸다는 점에서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과 참 닮았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중국 젊은 층 일부는 서울병(首尔病)이라는 일종의 향수병을 호소한다고 한다. 과장이 섞여 있겠으나 여행의 기억이 그리워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면 애국은 우악스러운 혐오와 강압에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다. 상대가 제 발로 찾게 만드는 매력을 키우는 진짜 애국을 거리 위 그들만 모른다.